소위 ‘국민 신발’이라 불리우는 나이키의 에어포스는 저 역시도 단연 가장 좋아하는 신발이기도 합니다. 사실 포스에 대한 저의 감정을 단순히 ‘좋다’라는 동사만으로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지 않은 게, 부모님께서 사주시는 신발을 신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졌던 10대 시절부터, 신발이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닌데, 신발 한 켤레 사고서 삼순구식을 일삼을 수는 없었던 궁핍했던 대학 학부 시절을 거쳐, 여전히 학생 신분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채 쥐꼬리만한 대학원생 월급으로 근근히 입에 풀칠하는 데에 급급한 20대 후반 현재에 이르기까지, 운동화치고는 결코 저렴하지만은 않은 10만원을 호가하는 다소 부담스런 포스의 가격이 항상 이 신발 한 켤레를 내 마음속 로망(?)과 비슷한 위치에 자리잡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포스의 가격이 결코 저렴하다거나, 거품이 전혀 없다거나, 그렇다고 소위 명품 스니커즈들처럼 착용하는 순간 주인의 품격(?)을 격상시켜주는 (사실 명품 따위를 착용해 본 경험이 전무하기는 합니다만) 럭셔리한 아이템이라거나 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적어도 개인적인 만족도에서 만큼은 지금까지 신어 본 그 어느 신발보다도 뛰어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허리 36인치 짜리 힙합바지를 바닥에 질~질~ 끌고 다니면서 ‘바지는 크게 입어야 간지지~’ 라고 주장하던 시절에도 힙합바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신발은 단연 포스였고, 이제 나이 좀 들었으니 깔끔한 캐쥬얼 스타일로 남방에 면바지를 시도해보려 하던 시절에도 가장 무난한 신발은 역시 포스였고, 심지어 지난해에 소위 ‘빅뱅’ 스타일이 대세라며, 이제 조카뻘되는 중,고교생들마냥 나잇값 못하고 스키니(-_-)에 흉측한 바디라인을 드러내며 뻔뻔하게 거리를 활보하던 시절에도 포스만한 신발을 찾기가 쉽지 않았었습니다. 더군다나 가죽 재질이라 매쉬나 누벅 재질의 운동화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관리하기도 편하고 내구성도 좋은 편입니다. 더불어 뭐 이건 절대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문제이기는 하지만… 포스는 굽도 높습니다 –0-
항상 신고 있던 포스가 낡아서 더 이상 신기가 어려워질 때 즈음이면 당연하다는 듯이 신상 포스를 찾았던 것도 이러한 이유들에서 였겠지요.

지난해 봄에 구입하여 무려 1년반여의 시간 동안 제 발을 감싸고, 여기 저기 많은 곳을 다니며 많은 사연을 함께했던 07년도판 올백 포스 미드도 어느덧 많이 낡았습니다. 사실 외관이야 구입 초기처럼 일주일에 한번 꼴로 운동화 세척제로 광 내주고, 색이 바랠때 즈음이면 백화제로 덧칠해주고 하는 애정을 앞으로도 꾸준히 지속할 수 있다면, 다시 조금은 나아질 수 있겠으나, 문제는 제 걸음걸이에 이상이 있는 건지, 운동화 뒷 축이 마치 슬리퍼처럼 얇아지려 하고 있다는 데에 있습니다. 그 간의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이제 드디어 이 녀석도 떠나 보내야 할 시점이 왔음을 직감할 수 있는 순간이죠.
그렇게 떠나 보낸 포스의 빈자리를 채운 새로운 얼굴은 놀랍게도 포스도 아니고 심지어 나이키도 아닙니다. 그러고 보니 중간 중간 의상 컨셉 상이나 용도에 따라 곁가지로 구입했던 신발들을 제외하고, 매일 매일 메인으로 신고 다니는 신발로써 포스가 아닌 신발을 구입한 지는 거의 4년만인 것 같네요.

앞서 그리도 장황하게 포스에 대한 예찬론을 펼치고서, 갑작스레 뉴밸런스로 변절한 이유가 뭐냐고요? 뉴밸런스 굽이 포스보다 높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은 절대!!! 아니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