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September 8, 2010

2009 K리그 28R 간단 리뷰

Posted by megaup On October - 19 - 2009 ADD COMMENTS

숨가쁘게 달려온 2009 K리그도 어느덧 그 마지막 순위 테이블의 실루엣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한 경기 한 경기가 종료될 때 마다 요동치던 순위 테이블도 어느덧 안정화된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고, 한 때 총 15개 팀 중, 무려 14개 팀이 경우의 수를 따져야만 했던 6강 플레이오프 진출 경쟁도 어느덧 남겨진 3자리를 놓고 벌이는 4팀 간의 경쟁으로 좁혀지게 되었습니다. 결국 우려가 현실로 다가온 울산의 6강 플레이오프 진출 좌절, 리그 연속 무패 행진에 제동이 걸린 포항의 홈 경기 무패 기록 유지 여부, 2년 연속 리그 막바지 부산발 고춧가루에 발목을 잡히게 된 서울, 그리고 올 시즌 FA컵 결승전의 전초전이자,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여야 했던 성남과 수원 간의 마계대전 까지. 누군가에게는 환희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좌절로, 결국에는 이 모두가 K리그 역사의 한 순간으로 기억될, 2009 K리그 28라운드 7경기에 대한 끄적임을 시작합니다.

2009 K리그 28라운드 현재 순위표
순위 구단 경기 승점 최근 5경기 연속기록
1(-) 전북 26 53 16 5 5 54 30 24 5연승
2(-) 서울 26 49 15 4 7 45 26 19 -
3(-) 포항 26 47 12 11 3 51 31 20 -
4(-) 성남 26 42 12 6 8 36 30 6 3연승
5(-) 전남 26 40 11 7 8 40 38 2 2연승
6(-) 인천 26 40 10 10 6 30 28 2 2연승
7(-) 경남 26 37 9 10 7 32 27 5 2연승
8(-) 울산 27 33 8 9 10 31 30 1 2연패
9(-) 수원 26 31 8 7 11 28 30 -2 -
10(-) 광주 26 30 9 3 14 30 34 -4 6연패
11(-) 부산 27 29 7 8 12 36 41 -5 -
12(-) 대전 26 27 6 9 11 24 36 -12 4연패
13(-) 제주 26 27 7 6 13 22 43 -21 7연패
14(-) 강원 26 25 6 7 13 40 55 -15 6연패
15(-) 대구 26 23 5 8 13 20 41 -21 -

1. 울산 현대 0 : 1 경남 FC
10월 17일 15:00
문수 월드컵 경기장 (6,795 명)

지난 라운드 수원에게 일격을 당하며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향한 발걸음에 제동이 걸린 울산이 또 다른 6강 플레이오프 진출 경쟁팀인 경남을 홈으로 불러들입니다. 6위 인천과 각각 승점 3점, 4점차로 7위와 8위에 위치해있던 경남과 울산은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필요한 승점 3점을 향한 치열한 공방을 주고 받습니다. 하지만 경남의 결정적인 공격 기회는 김영광 골키퍼에 선방에 번번히 막히고, 울산은 전반에만 2번 골대를 맞추는 불운이 따르며 결국 전반전은 승부를 가리지 못한 채 0:0 동점으로 마무리됩니다. 하지만 후반 시작 직후, 울산 슬라브코 선수의 패스 미스 상황에서 경남의 김동찬 선수가 침착한 마무리에 성공하며 승리의 여신은 경남의 손을 들어주기 시작했고, 결국 경남은 후반 남은 시간 동안 울산의 공세를 무력화시키며 귀중한 승점 3점 획득에 성공합니다. 승리한 경남은 이번 라운드 나란히 승리를 거둔 5위 전남과 6위 인천에 승점 3점차를 유지하며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향한 희망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반면 이제 다음 라운드 대구와의 단 한경기만을 남겨 놓은 상황에서 6위 인천과의 승점차가 7점차로 벌어지게 된 울산은 결국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됩니다. 울산이 빠진 11월의 K리그. 벌써부터 허전함이 느껴지는 것은 저 뿐만이 아니겠지요.

2. 포항 스틸러스 1 : 0 강원 FC
10월 17일 15:00
포항 스틸야드 (11,202 명)

마치 패배하는 법을 잊은 것만 같았던 포항에게 아주 오랜만에 찾아왔던 지난 라운드 전남과의 경기에서의 패전은 빡빡한 일정으로 인한 선수들의 체력 고갈과 더불어 부상 선수들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불가피했던 결과였습니다. 비록 리그 연속 경기 무패 행진은 15경기에서 마무리 짓게 되었지만, 올 시즌 홈 경기 무패라는 또 다른 기록을 이어 나가고 있던 포항이 최근 부진에 빠지며 하위권으로 쳐지게 된 신생팀 강원을 홈으로 불러 들입니다. 부상에서 복귀한 최효진 선수와 황진성 선수가 선발 출장한 포항은 경기 초반부터 일방적인 공세를 이어 나갑니다. 하지만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씨 속에서 스테보 선수를 향해 후방에서 직접 연결되는 공중볼의 정확도는 떨어졌고, 키 플레이어 황진성 선수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연계 플레이에 있어서도 공격진들이 마무리에 아쉬움을 보이며 번번히 득점에 실패합니다. 포항이 경기 주도권을 잡고 공세를 이어나가는 가운데 간간히 강원의 역습이 전개되는 경기 양상은 후반전에 들어서도 계속됩니다. 하지만 후반 20분 중원에서 김재성 선수의 패스를 받은 황진성 선수가 수비 뒷공간을 향해 쇄도해 들어가는 노병준 선수를 향해 절묘한 로빙 패스를 보내고, 노병준 선수가 이를 논스톱 왼발 발리슛으로 연결하는 그림 같은 득점 장면이 연출되며 포항이 득점에 성공합니다. 결국 한 골차의 리드를 지키는 데에 성공한 포항은 홈 22경기 무패 기록을 이어나가며, 이 날 승점 1점 획득에 그친 서울과의 승점차를 2점차로 좁히는 데에 성공합니다. 반면 강원은 최근 6연패에 9경기 연속 무승의 부진에 빠지며 최하위 대구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3. FC 서울 2 : 2 부산 아이파크

10월 17일 17:00
서울 월드컵 경기장 (17,150 명)

2008년 11월 2일, 당시 24경기 동안 단 1패만을 기록함과 동시에 18경기 연속 무패의 상승세를 이어 나가며, 챔피언 결정전 직행이 눈 앞으로 다가오는 것만 같았던 서울은 25라운드 예상치 못한 일격을 당하며 연속 무패 기록이 종료됨과 동시에, 리그 선두자리마저 수원에게 빼앗기게 됩니다. 2009 시즌에도 역시 치열한 선두권 다툼을 이어나가고 있는 서울이 선두 탈환을 위한 기로에서 지난 시즌 25라운드의 상대팀 부산과 또 다시 맞붙습니다. 하지만 최근 2연승의 상승세를 이어 나가며 시즌 막바지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는 부산은 서울을 상대로 오히려 경기 분위기를 주도해 나가는 데에 성공한 반면, 서울의 선수들은 최근의 경기들을 통해 줄곧 지적 받아 온 집중력이 부족한 모습이 계속해서 연출되며 다소 밀리는 듯한 경기 양상이 전개됩니다. 결국 전반 막바지 서울의 박용호 선수와 김호준 골키퍼의 호흡이 맞지 않는 상황을 박희도 선수가 득점으로 연결시키며, 전반은 1:0 부산이 앞선 채로 종료됩니다. 후반 초반 동점골 득점을 위한 공세를 이어 나가던 서울은 김치우 선수의 크로스를 안데르손 선수가 머리로 받아 넣으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 놓는 데에 성공합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 골문 앞에서 김한윤 선수가 양동현 선수에게 범한 파울로 인해 패널티킥이 선언되었고, 양동현 선수는 자신이 얻은 패널티킥을 마무리하며 부산은 다시 한 골차의 리드를 잡습니다. 서울의 벤치는 승점 획득을 위한 카드로 이상협 선수를 교체 투입하였고, 이상협 선수는 기대했던 왼발 대신 이번에는 머리로 동점골 득점에 성공하며 결국 경기는 2:2 동점으로 종료됩니다. 도망가는 전북과 치고 올라오는 포항의 사이에서 필히 승점 3점 획득이 필요했던 서울은 이번 시즌에도 또 다시 부산에게 발목을 잡히며 아슬아슬한 2위 자리를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4. 전남 드래곤즈 2 : 0 대전 시티즌
10월 17일 19:00
광양 전용 경기장 (12,128 명)

시즌 막바지 전남의 상승세가 무섭습니다. 지난 라운드 포항에게 승리를 거두며 포항의 연속 무패 기록을 종결시켰던 전남이 이번에는 대전을 홈으로 불러들였습니다. 전남은 공격의 핵인 슈바 선수가 결장한 가운데 공격력 약화가 우려되었지만, 고기구 선수를 중심으로 웨슬리, 주광윤으로 이어지는 공격 편대를 앞세워 대전 수비를 상대로 수차례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 내는 데에 성공합니다. 결국 가장 많은 득점 기회를 얻었던 웨슬리 선수가 전 후반 각각 한 골씩을 성공시키며 전남은 대전을 상대로 승점 3점 획득에 성공합니다. 28라운드 결과 6강 플레이오프 진출 경쟁이 성남, 전남, 인천, 경남 네 팀 중 한 팀이 탈락하는 경쟁으로 좁혀지게 된 가운데, 승점 40점 획득에 성공하며 5위 자리를 유지하게 된 전남은 유리한 고지에 위치합니다. 전남은 다음 29라운드 제주를 홈으로 불러들이고, 마지막 라운드 서울 원정을 떠나게 되는데, 부담스러운 서울 원정에 앞서 최근 최악의 부진에 빠져있는 제주와의 홈 경기를 갖게 되는 점이 호재로 작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만약 다음 라운드에서 전남이 승점 획득에 성공하고, 성남이 경남에 승리를 거두게 된다면 최종 라운드 서울과의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전남은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짓게 됩니다.

5. 제주 Utd 0 : 2 인천 Utd
10월 18일 15:00
제주 종합 운동장 (1,753 명)

제 2의 파리아스를 꿈꾸던 알툴 감독은 결국 제주를 성공으로 이끄는 데에 실패했습니다. 팀 성적 부진을 이유로 자진 사임 의사를 표명한 알툴 감독 대신 시즌 잔여 경기를 조진호 감독 대행 체제로 마무리 짓기로 결정한 제주는 어수선한 상황에서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의 기로에서 사력을 다하고 있는 인천을 홈으로 불러 들입니다. 하지만 경기 초반 중원에서의 강력한 압박을 통해 경기 분위기를 가져 오는 데에 성공한 팀은 원정팀 인천이었습니다. 인천은 챠디 선수를 중심으로 한 포스트 플레이를 통해 득점 기회를 노리기 시작했고, 결국 전반 중반 제주 수비진과 챠디 선수의 헤딩 경합 과정에서의 세컨볼을 김민수 선수가 왼발 슈팅으로 연결하였고, 이 슈팅이 제주 골문 구석으로 정확히 꽂히며, 인천이 앞서 나가기 시작합니다. 전반을 1:0 뒤진 채로 마친 제주는 후반 들어 방승환 선수 대신 히카도 선수를 투입하며 공세를 강화합니다. 하지만 후반 중반 인천 강수일 선수의 슈팅이 전태현 골키퍼의 판단 미스로 또 다시 제주 골문에 빨려 들어가며, 결국 경기는 인천의 2:0 승리로 마감됩니다. 지난 라운드에 이어 2연승을 거두는 데에 성공한 인천은 전남과 함께 승점 40점 고지에 올라 섭니다. 7위 경남과 승점 3점차를 유지하고 있는 인천의 입장에서는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다음 라운드 서울과의 홈 경기에서 필히 승점 획득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6. 전북 현대 2 : 0 광주 상무
10월 18일 15:00
전주 월드컵 경기장 (15,293 명)

전날 부산에게 발목을 잡히며 승점 1점 획득에 그쳤던 서울의 입장에서는 선두 전북 역시 누군가에 의해 발목이 잡히기만을 학수고대하였겠지만, 그 기대에 부응하기에 전역을 4일 앞둔 말년 병장들의 몸놀림은 시즌 초 한창 때만큼 가볍지 못했습니다. 전북은 최근 상승세의 원동력인 최태욱 선수와 브라질리아 선수로 이어지는 좌우 측면 공격을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나갔고, 광주 역시 최성국 선수의 개인 기량을 앞세워 공격을 전개해 나갔습니다. 하지만 양팀은 주고 받는 공방 속에 선제골 득점에 실패한 채로 전반은 0:0 동점 상황으로 마무리 합니다. 승부의 추가 기울기 시작한 것은 후반 중반, 스로인 상황에서 각각 이동국 선수와 루이스 선수의 머리를 거쳐 연결된 헤딩 패스를 최태욱 선수가 또 다시 머리로 광주의 골문에 집어 넣으며 전북이 1:0 리드를 잡습니다. 선제골 득점 이후 경기 분위기는 급격히 전북의 흐름으로 이어졌고, 결국 경기 막판 브라질리아 선수의 프리킥에 이은 루이스 선수의 헤딩 슈팅 마저 광주의 골문으로 빨려 들어가며, 경기는 전북의 2:0 승리로 마무리 됩니다. 이 날 승리로 최근 5연승의 상승세를 이어 나가게 된 전북은 승점 53점으로 2위 서울과의 승점차를 4점차로 벌리며, 다음 라운드 승리 시, 정규 리그 우승을 확정 지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7. 성남 일화 3 : 2 수원 삼성
10월 18일 17:00
성남 종합 운동장 (17,049 명)

올 시즌 내내 예년만 못한 경기 내용과 결과로 적잖은 실망을 안겨주었던 성남과 수원이었지만, ‘마계대전’ 이라는 이 두 팀간의 맞대결은 여전히 명불허전이었습니다. 이 날 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할 경우,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되는 수원과, 여전히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신할 수 있는 성남. 양 팀 모두 승리를 향한 강한 집념으로 경기 초반부터 사력을 다하기 시작합니다. 경기 초반 좌측면에서 장학영 선수가 올린 크로스를 몰리나 선수가 헤딩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하며 성남이 경기의 리드를 잡아나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른 시간 실점 이후 수원은 유독 몸놀림이 가벼워 보였던 김두현 선수의 경기 조율을 통해 반격에 나섰으며, 결국 전반 중반 김두현 선수의 코너킥을 리웨이펑 선수가 똑같이 헤딩슛 득점으로 응수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 놓는 데에 성공합니다. 하지만 전반 종료 직전 몰리나 선수의 프리킥에 이은 문전 혼전 상황에서 샤샤 선수가 득점에 성공하며 성남이 2:1 앞선 채로 전반이 종료됩니다. 수원의 차범근 감독은 후반들어 경기를 뒤집기 위해 포메이션 변화마저 단행하지만, 오히려 추가 득점은 성남의 몫이었습니다. 성남은 역습 상황에서 조동건 선수의 크로스를 김진용 선수가 뒤로 흘리고, 이를 반대편의 라돈치치 선수가 마무리 하며 득점에 성공합니다. 하지만 곧 이어 김두현 선수의 마법같은 중거리 슛이 다시금 성남의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며 경기는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양상으로 전개됩니다. 하지만 동점골 득점을 위한 수원의 공세는 결국 소득을 얻지 못한 채, 경기는 3:2 성남의 승리로 마무리 되었고, 결국 디펜딩 챔피언 수원의 올 시즌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의 꿈도 좌절되게 됩니다. 반면 성남은 승점 42점으로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됩니다.

K리그 29라운드 일정

날짜 원정 경기시간 경기장소
10/24 (토) 강원 대전 14:00 강릉 종합 운동장
수원 전북 15:00 수원 월드컵 경기장
광주 포항 15:10 광주 월드컵 경기장
10/25 (일) 대구 울산 15:00 대구 스타디움
경남 성남 15:00 창원 종합 운동장
인천 서울 15:00 인천 월드컵 경기장
전남 제주 19:00 광양 전용 경기장

2009 K리그 팀 별 잔여 일정 (28 라운드 현재)

구단

잔여일정 (, 원정)

29R 30R
서울 인천 전남
전북 수원 경남
포항 광주 수원
광주 포항 대전
전남 제주 서울
인천 서울 부산
제주 전남 강원
성남 경남 대구
강원 대전 제주
대전 강원 광주
울산 대구 -
부산 - 인천
경남 성남 전북
수원 전북 포항
대구 울산 성남

워낙 더위를 심하게 타는 체질 탓인지, 해마다 여름이 끝나가고 공기에서부터 제법 가을 느낌이 풍겨오기 시작하는 이맘때가 되면, 부쩍 여름 내내 정신 없이 잊고 살던, 나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자 하는 욕구가 되살아나는 느낌입니다. 그리하여 올 해도 어김없이 한 동안 닫혀있던 블로그를 다시 손 보기 시작했습니다만, 블로깅을 재개할 때면 언제나 그렇듯 블로그의 컨셉이나 주로 다룰 컨텐츠에 대한 고민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이번에도 역시나 이런 저런 선택지에 대한 다소간의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만, 현 시점에서 제 블로그를 채워나갈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컨텐츠에는 역시나 제 일상의 가장 큰 낙이기도 한 축구 이야기가 빠질 수 없을 것이고, 그 중심에는 역시나 축구 이야기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경기 관전에 대한 흔적이 자리 잡게 될 것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사실 경기 관전기 포스팅은 예전부터 그 매체가 블로그가 되었든, 미니홈피가 되었든, 혹은 축구 커뮤니티의 게시글이 되었든, 어떠한 형태로라도 간간히 그 흔적을 남겨왔었지만, 결국에는 해당 경기를 관전한 수만명의 사람들 중 일개 아마추어 축구팬 1인의 감상문이 갖는 태생적인 한계에 부딪혀 꾸준함을 유지하지 못 해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하여 이번 블로깅 재개를 앞두고서는 지극히 평범할 수 밖에 없는 축구 관련 블로거로서의 저의 입장이 오히려 가치를 지닐 수 있는 전달 방법이 있지는 않을까라는 고민을 이어왔고, 그 첫번째 시도로써 최근 즐겨 이용하고 있는 웹 SNS 서비스인 트위터에 제가 경기 중 실시간으로 남긴 흔적들에 기반한 경기 관전기를 시간대 별 일지 형식으로 남겨보고자 합니다. 이로써 좀 더 생생한 현장에서의 감상이 남겨지고, 또한 그 느낌이 제 글을 읽어주시는 그 누군가에게도 전달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그리고 스틸야드에서의 경기 중, 실시간 트위팅이 가능할 수 있도록, 경기 중계에 이용되는 무선 AP를 공개해주시는 SteelersTV 의 운영자이신 김주완 님께 감사의 말씀 먼저 드립니다.

서두가 너무 길어졌네요. 그럼 지금부터 지난 2009년 8월 26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펼쳐진 2009 피스컵 코리아 4강 2차전 포항과 서울의 경기 관전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오후 7시 26분 – 오늘은 중간에 볼일 좀 보고 오느라 가까스로 경기시간에 지각을 면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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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부터 시작해서 초겨울까지 이어지는 한 시즌을 보내다 보면 어느덧 리그 라운드 수가 계절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작용하곤 합니다. 지난 주말 20라운드를 기점으로 어느덧 2/3 지점을 지난 2009 K리그와 함께 계절도 부쩍 가을에 가까워진 느낌입니다. 불과 열흘 남짓 전에 열렸던 성남과의 정규리그 19라운드 홈 경기 당시와 비교했을 때에도 눈에 띄게 짧아진 해 덕분에 경기 시작 전 스틸야드 주변 광경도 부쩍 어두워진 느낌입니다.

최근 몇 시즌간 여름 더위가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할 즈음이 되면, 포항의 경기력과 함께 스틸야드의 홈 관중수 역시 증가하기 시작하는 패턴이 반복되었는데요, 올 여름은 동해안 이상 저온 현상 덕분인지, 아니면 대표적인 슬로우 스타팅 팀인 포항 답지 않게 예년보다 빠른 시기에 경기력이 정상 궤도에 올라온 덕분인지, 꾸준히 많은 포항 시민들이 스틸야드를 찾아주고 있습니다. 이 날 경기의 공식 집계 관중수는 11,824명 이었습니다.

오후 7시 31분 – 포항 선발 명단입니다. 신화용 – 김정겸 황재원 김형일 최효진 – 신형민 김재성 김태수 – 황진성 노병준 데닐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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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은 신화용 골키퍼가 문전을 지키는 가운데, 붙박이 주전 센터백 듀오인 황재원 선수와 김형일 선수가 건재하고, 팀의 실질적 에이스인 최효진 선수가 우측면에, 그리고 최근 폼이 좋은 김정겸 선수가 좌측면에 서는 최근의 주력 4백 라인을 선발로 내세웠습니다. 지난 전북과의 정규리그 20라운드 경기에서 나란히 득점을 기록한 신형민 선수와 김태수 선수가 김재성 선수와 함께 중원을 책임지고, 최근 부상에서 복귀한 황진성 선수가 공격을 풀어나가는 키 플레이어 역할로 선발 출전했습니다. 공격진에는 경고 누적으로 지난 전북전에 출전하지 못했던 데닐손 선수가 노병준 선수와 함께 투톱으로 나섰습니다.

오후 7시 44분 – 아~ 포항 데닐손의 슛팅이 또 골대를 맞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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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차전 서울 원정에서 서울에게 2:1로 패한 포항은 결승 진출을 위해서, 서울을 상대로 2점차 이상의 승리를 거두거나, 1점차 승리를 거두고 승부차기에서 승부를 가려야 하는 불리한 입장으로 2차전 홈 경기를 맞아야 했습니다. 1차전 원정 경기에서도 서울을 상대로 뒤지지 않는 경기 내용을 보였던 포항은 우선 선제 득점이 절실한 2차전 경기 초반부터 서울을 상대로 파상공세를 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득점을 기대할 수 있을 법한 상황마다 포항 선수들의 마무리 슈팅은 아쉽게도 서울의 골문을 크게 벗어나기 일쑤였고, 전반 10분 경 김정겸 선수의 크로스를 받은 데닐손 선수의 강력한 헤딩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오며 그 아쉬움은 극에 달합니다.

오후 7시 53분 – 아 수비진의 어이없는 실수로 서울에 선제골을 허용합니다 북패 한번 잡기가 이렇게 힘든가요

이미 1차전 승리로 인해 상대적으로 여유를 갖고 있던 서울은 무리한 공격을 시도하는 대신 기성용 선수를 중심으로 한 날카로운 역습 위주의 경기 운영을 펼쳐 나갑니다. 그리고 전반 20분경, 서울의 이승렬 선수가 포항 진영에서 시도한 땅볼 패스를 포항의 신형민 선수가 뒤에 있던 수비수에게 흘려준다는 것이 전방의 기성용 선수에게 연결되었고, 기성용 선수의 감각적인 논스톱 슈팅이 그대로 포항에 골문으로 빨려들어가며, 경기는 오히려 원정팀 서울이 1:0 으로 앞서나가게 됩니다. 이로써 종합 스코어는 3대 1. 서울은 전반 내내 찾아온 단 한번의 찬스, 단 한번의 슈팅을 득점으로 연결시키며 결승 진출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서게 됩니다.

오후 7시 58분 – 더 이상 물러설 곳이 포항의 파리아스 감독. 이른 시간에 김재성 선수 대신 조찬호 선수를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웁니다

이미 한 골을 더 실점하며 종합 스코어에서 2점차로 뒤져 있는 상황에서, 어차피 돌아오는 주말 정규리그 21 라운드의 휴식팀인 포항으로서는 전력을 다해도 모자랄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소위 ‘파리아스 매직’ 이라 불리우는 파리아스 감독의 용병술은 플레이오프나 컵대회와 같은 토너먼트 단기전에서의 선수 교체 타이밍에서 그 빛을 발하는데, 이 경기에서도 파리아스 감독은 결과론적으로 굉장한 성공이라 평가할 수 있는 선수 교체 카드를 전반이 채 절반 정도 밖에 지나지 않은 매우 이른 타이밍에 꺼내듭니다. 그리 나쁘지 않은 움직임을 보였었던 김재성 선수 대신 신예 조찬호 선수를 투입하는데요. 김재성 선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격 성향이 좀 더 짙은 조찬호 선수의 투입을 통해 분위기 전환을 꾀하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짐작해 봅니다.

오후 8시 17분 – 항상 느끼지만 북패 애들은 뭐 저리도 세상 억울한 게 많은건지..쟤들보면 여러모로 선수들 인성 교육의 중요성을 깨닫습니다

이 경기 전까지 최근 서울 귀네슈 감독의 인터뷰 내용들을 훑어보다 보면, 이 양반을 K리그에서 볼 수 있는 날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구나 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아왔었는데, 그 핵심에는 늘 K리그 심판들의 판정과 관련된 불만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사실 심판 판정의 질적 향상 문제는 K리그의 발전에 있어서 최우선으로 해결해야만 할 과제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으며, 이에 대한 공론화 역시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공감할 수 있으나, 최근 귀네슈 감독의 발언들에서는 그 수위나 빈도가 너무 지나친 것이 아닌가 라는 의아함이 있어오던 차였습니다. 한 팀의 수장의 위치에 있는 자가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을 지나치게 자주 표출하게 되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그 팀의 선수들이나 팬들마저도 심판 판정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될 수 있다는 점이며, 이는 경기를 치루는 데에 있어서 자칫 치명적인 함정으로 작용될 수 있다는 점 입니다. 그리고 절묘하게도 이 경기의 주심이었던 이영철 주심은 서울의 지난 인천과의 경기에서 귀네슈 감독에게 퇴장을 지시함으로써 이 날 경기에서도 귀네슈 감독이 서울의 벤치에 앉지 못하게 만들었던 장본인이기도 했습니다. 안그래도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 많기로 악명 높은 서울의 선수들인데, 가뜩이나 전반적으로 원칙에 의거한 단호한 판정 성향을 보이는 이영철 주심에, 그 주심과의 악연까지 겹치니, 서울 선수들의 판정 항의는 시간이 갈수록 늘어만 갔습니다.

오후 8시 22분 – 포항과 서울의 컵 4강 2차전 경기는 1대0 서울이 앞선채로 전반이 종료됩니다. 포항은 전반내내 경기를 지배하고도 수비진의 단한번의 실수로 오히려 뒤진채로 전반이 마무리 됩니다

9:1 이라는 슈팅수 기록으로 나타나 듯, 홈 팀 포항은 전반전 내내 경기를 지배하고도 결실을 맺지 못한 반면, 원정 팀 서울은 효율적인 경기 운영으로 득점에 성공하며, 종합 스코어 2점차로 결승 진출에 한결 유리한 위치에서 전반을 마무리 짓습니다.

오후 8시 36분 – 포항 하프타임 선수 교체입니다 황진성 선수가 빠지고 오까야마 선수가 투입됩니다. 오까야마 선수 홈 데뷔전이네요

하프타임 이벤트였던 유소년 축구 경기가 종료되고, 후반 시작을 위해 선수들이 입장하는데, 파리아스 감독이 역시나 상당히 이른 시간에 두 번째 교체카드를 꺼내어 듭니다. 아직 경기 감각을 완전히 되찾지는 못한 것으로 보이는 황진성 선수 대신 이번 여름 아시아 쿼터로 일본에서 영입한 오까야마 선수를 투입하면서 홈 경기 데뷔전을 갖게 합니다. 사실 이 때, 교체 준비를 하고 있는 오까야마 선수를 보면서 예상되는 전술 변화와 관련된 메시지를 트위터에 올리기 위해 바쁘게 엄지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었는데요, 센터백 자원인 오까야마 선수를 투입하면서 수비라인을 쓰리백으로 전환하고, 좌우측 플백을 전진 배치 시키면서 측면 공간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술로의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것이 바로 제 예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오후 8시 40분 – 후반 시작하자마자 노병준 선수의 헤딩골로 경기는 1:1 동점입니다

킥오프 상황에서의 선수들의 위치가 제 예상과는 달리 조금 어색하다라는 느낌에 혼란스럽던 와중에 포항이 중앙에서 프리킥 기회를 얻습니다. 그리고 신형민 선수의 프리킥이 서울의 수비라인과 박동석 골키퍼 사이의 공간을 향하고, 볼은 이 공간을 향해 침투하던 노병준 선수의 머리에 이어 서울 골문 구석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전반전 경기를 지배하고도 오히려 선제골을 내주며 종합 스코어에서 2골 차로 뒤져있던 포항의 입장에서는 후반전 매우 이른 시간에 득점에 성공하며 결승 진출의 희망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됩니다.

오후 8시 42분 – 아~ 파리아스 센터백 자원인 오까야마 선수를 최전방 타겟맨으로 씁니다 ㅋㅋㅋ

득점 상황이었던 세트플레이 상황에서 공격 진영 깊숙히 위치해 있었던 오까야마 선수를 보며, 그저 제공권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장신 센터백의 공격 가담이라고 생각했던 제 생각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명백히 잘못되었음이 드러났습니다. 득점 상황 이후에 다시 경기가 재개되었음에도 오까야마 선수는 여전히 서울 진영 깊숙한 곳에서 포스트 플레이에 전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전반전 데닐손 – 노병준 – 황진성 으로 이어지는 비교적 단신의 공격 라인으로는 서울의 수비라인을 공략하는 데에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파리아스 감독이 장신의 수비수 오까야마 선수를 최전방 공격수로 투입했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얼마 지나지 않아 매우 성공적인 교체였음이 확인되지요.

오후 8시 52분 – 포항의 마지막 교체카드 데닐손 선수 대신 유창현 선수가 투입됩니다

동점골 성공 이후, 분위기를 타기 시작한 포항은 더욱더 맹렬한 기세로 서울의 수비진을 위협합니다. 그리고 후반전도 갓 10여분이 지난 시점에서 포항 벤치에서는 유창현 선수가 몸을 풀기 시작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노병준 선수가 교체되지 않을까라는 예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노병준 선수가 귀중한 선제골 득점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득점 상황을 제외하고 전반전과 후반 초반에 이르기 까지 노병준 선수의 스피드나 뒷공간으로의 움직임이 서울의 수비진을 상대로 그리 효율적이지 못하지 않았나 라는 판단에서 였습니다. 더군다나 한 방으로 경기 결과를 바꿔줄 수 있는 선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와 같은 경기에서 데닐손 선수를 빼는 것 역시 쉽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파리아스 감독은 노병준 선수 대신 데닐손 선수를 교체 아웃 시키는 결단을 내립니다.

오후 9시 05분 – 아.. 또 어이없이 한골 헌납 ㅠㅠ

키핑력이 좋은 데닐손 선수의 교체아웃 이후, 유창현 선수가 다소 몸이 덜 풀린 듯한 모습을 보이는 사이, 기성용 선수로부터 정조국 선수로 이어지는 서울의 몇 차례 날카로운 역습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서울 진영에서 서울의 한 선수가 부상으로 넘어지고, 경기가 중단되려는 듯한 분위기에서 기성용 선수의 패스를 받은 이승렬 선수가 신화용 골키퍼와의 1대1 상황에서 감각적인 로빙 슈팅으로 추가골 득점에 성공합니다. 주심의 경기 중단 판정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끝까지 수비에 집중하지 못한 포항의 수비진들에게나, 자기팀 선수의 부상으로 인해 경기가 중단될 것으로 판단하고 상대팀 선수들이 수비에 집중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격을 이어 나간 서울 선수들에게나 아쉬움이 남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로써 불과 20여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은 경기 스코어 2:1, 종합 스코어 4:2 로 앞서나가며, 결승 진출을 확정 짓는 듯 보였습니다. 포항이 경기를 뒤집고 결승 진출을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2골을 넣고 승부차기를 기대해봐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시간이 너무 촉박해 보였지요.

오후 9시 07분 – 유창현 동점골!!! 제발 한 골만 더~

서울에게 추가 실점을 허용한 이후로, 낙심한 스틸야드 관중석에는 고요가 감돌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고요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고, 스틸야드 용광로에 다시 불을 지른 주인공은 바로 데닐손 선수 대신 투입된 유창현 선수였습니다. 최근 경기들에서 수많은 세트플레이 상황을 번번히 무산시키며, 포항 지지자들로 하여금 간만에 또 다시 따바레즈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키곤 하던 와중에, 노병준 선수의 코너킥을 유창현 선수가 머리로 받아 넣으며, 경기는 다시 2:2 원점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하지만 종합 스코어 상, 무승부로라도 승부차기에 가기 위해서는 한 골이 더 필요한 상황.

오후 9시 09분 – 으악~ 유창현 역전골!!!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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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홈 관중들의 바람이 전달되었는지, 곧바로 믿을 수 없는 역전 드라마가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후방에서 최효진 선수의 땅볼 패스가 중원의 조찬호 선수에게 연결되고, 이어서 신형민 노병준 선수에게 연결된 볼은 다시금 서울 수비 뒷공간을 향해 쇄도해 들어가는 조찬호 선수에게 절묘한 패스로 연결됩니다. 이어 패널티 에어리어 우측면에서 중앙을 향하던 조찬호 선수의 크로스를 오까야마 선수가 뒤로 흘려주고, 좌측에서 쇄도해 들어오던 유창현 선수가 노마크 상황에서 침착하게 오른발 슈팅으로 두 번째 득점에 성공하며, 스틸야드의 열기는 최고조에 달하기 시작합니다.

오후 9시 15분 – 연이어 퇴장 3명!!! 순식간에 포항은 10명 서울은 9명만이 필드에 남습니다

박진감 넘치게 전개되던 양 팀의 경기 양상은 포항의 역전 이후 뜻 밖의 암초를 만나게 됩니다. 전반전부터 과열된 경기 양상 탓에 특히 서울 측에 경고를 받은 선수가 지나치게 많아졌다는 점에 대한 우려가 있었는데요, 우려와는 달리 오히려 포항의 김형일 선수가 공격 가담 상황에서 골키퍼와의 충돌로 경고 누적 퇴장을 당하게 됩니다. 이 상황에서 개인적으로 굉장히 놀라웠던 점이 퇴장 판정 이후, 너무나도 조용히 경기장을 빠져나가던 김형일 선수의 모습이었는데요, 올 시즌부터 포항 구단측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스틸러스 웨이’ 의 효과가 점차 드러나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함이 느껴지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경기의 분수령이 된 일련의 사건들이 터지게 되는데, 전반부터 심판 판정 하나 하나마다 지나치게 과민 반응을 보이며 항의를 일삼던 서울 선수들이 경기 스코어가 역전된 상황에서 자제력을 잃고 심판 및 포항 선수들과 충돌이 일어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이미 경고가 한 장씩 있었던 김치곤 선수와 김치우 선수가 각각 경고를 하나씩 더 추가하며 경고 누적 퇴장을 당하게 되고, 이로써 포항은 10명, 서울은 9명만이 필드에 남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장면은 주심의 퇴장 판정 이후, 김치우 선수가 경기장을 빠져 나가는 과정에서 포항의 신형민 선수를 머리로 들이받으며,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하는 듯 한, 이해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는 돌발적인 행위를 자행했다는 점인데요. 불과 몇 분여 전 김형일 선수의 퇴장 판정에 대처하는 자세와 대조되는 씁쓸함을 남긴 장면이었습니다.

오후 9시 20분 – 노병준 프리킥 골!!! 이제 경기 스코어는 4대2 종합 스코어도 5대4 로 앞서나가는 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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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 지나친 흥분으로 이미 자제력을 잃은 서울 선수들의 모습을 통해, 그 상태로 승부차기에 돌입한다 하더라도, 포항에게 좀 더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경기가 재개된 이후에도 쉽사리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던 서울 선수들은 이후로 포항 선수들을 상대로 거친 태클을 반복했고, 결국 그 반칙을 통해 아크서클 중앙에서 얻은 프리킥 기회에서 노병준 선수가 추가 득점을 성공시키며, 포항은 종합 스코어에서도 역전에 성공합니다.

오후 9시 27분 – 노병준 추가골 ㅠㅠ 이 경기 정말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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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승부차기 기회마저 놓치게 될 위기에 처한 서울이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공격 숫자를 늘리는 사이, 포항이 얻은 역습 기회에서, 조찬호 선수의 패스를 받은 노병준 선수가 침착하게 추가 득점에 성공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습니다. 이로써 노병준 선수는 후반전에만 3골을 기록하며 헤트트릭!!!

오후 9시 30분 – 포항이 5:2 로 승리하며 서울 징크스를 털어내고 결승진출에 성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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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경기 종료 20여분 전까지만 해도, 이 경기의 승자가 포항이 되리라 예상했던 사람들은 거의 없었을 것입니다. 이미 1차전 패배로 인해 한 점차로 앞서 나가고 있어도 결국 동률로 승부차기에 돌입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1점차로 뒤지고 있던 부정적인 상황과 더불어서, 최근 수 년간 서울만 만나면 유독 경기 내용도, 결과도 좋지 못했던 포항이 갖고 있는 대 서울전 징크스의 영향 역시 무시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 믿기 힘든 대 역전 드라마가 가능할 수 있었던 첫 번째 요인은 바로 귀신 같은 파리아스 감독의 ‘매직’ 이었습니다. 연이은 동점골과 역전골의 주인공인 유창현 선수의 투입은 말할 것도 없고, 파리아스 감독이 전반 이른 시간에 교체 투입 시켰던 조찬호 선수 역시 유창현 선수의 역전골과 노병준 선수의 쐐기골에 각각 도움을 기록하며 기대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였습니다. 또한 파리아스 감독이 의도한 바였다고 보기는 힘듭니다만, 이미 3장의 교체 카드를 모두 사용한 마당에 센터백인 김형일 선수가 퇴장을 당했다면 수비 전술 운용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절묘하게도 이 당시, 변칙 전술에 의해 최전방에 위치해 있었던 오까야마 선수의 본래 포지션은 바로 센터백 선수였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요인은 절대적으로 자신들이 유리한 상황에서 심판 판정에 대한 지나친 과민 반응으로 스스로 자멸해버린 서울 선수들의 멘탈 문제를 들 수 있겠습니다. 사실 김치곤 선수와 김치우 선수의 퇴장 직전 상황은, 비록 유창현 선수의 연속골로 경기 스코어는 3:2 로 뒤집혔습니다만, 종합 스코어에 있어서는 여전히 동점인 상황에, 시간도 정규 시간만 15분이 남겨진 상황이었습니다. 더군다나 김형일 선수의 퇴장으로 인해 서울은 수적인 우세까지 있던 상황이었으니, 서울에게 유리하면 유리했지 절대로 불리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경기 종료 이후, 서울의 귀네슈 감독은 언제나 그랬듯 패배의 원인을 심판 판정 탓으로 돌렸지만, 이 경기에서 서울이 완패를 당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심판의 자질 문제 이전에, 오히려 유리한 상황에서 자제력을 잃고 자멸해버린 서울 선수들의 프로 선수로서의 자질과 더불어, 선수들을 통제하지 못한 귀네슈 이하 서울 코칭 스태프들의 지도자로서의 자질 문제가 더 심각했던 것은 아닐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잊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요인은 바로,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침착하게 최선을 다했던 포항 선수들의 끈기와 열정이었습니다.

스틸야드에 다시 찾아온 가을

Posted by megaup On September - 28 - 2008 ADD COMMENTS

2008 K리그 20라운드 <포항:성남>
2008년 9월 27일 19:00, 포항 스틸야드

0. 입장

최근 몇 시즌간 포항은 시즌 초반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예상을 보기 좋게 뒤집으며 좋은 결과를 거둬왔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는 유독 가을이 시작되며 찾아오는 포항의 무서운 상승세가 결정적인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가을은 찾아왔고, 모처럼 스틸야드를 가득 매운 관중들의 두터워진 외투가 어색하지 않게 느껴지는 2008 시즌 가을의 스틸야드를 찾은 첫 손님은 리그 1위 성남이었습니다. 성남과의 경기는 언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멋진 경기 내용을 보여주었고, 이와 더불어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 2경기를 포함하여, 3시즌 째 성남에게는 홈, 원정 가릴 것 없이 패전 없는 극강의 결과를 보여줬기 때문에, 내용과 결과 양쪽 모두에 적지 않은 기대를 품고 스틸야드에 들어섰습니다.

2008 K리그 20라운드 포항:성남

1. 선발 라인업 – 주목할 만한 변화

포항은 경고 누적으로 결장한 스테보 선수 대신 남궁도 선수가 선발 출장할 것이라는 애초의 예상과는 달리, 항상 성남과의 경기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보였었던 황진성 선수를 데닐손 선수의 파트너로 전진 배치하고, 김재성 선수가 미들진의 꼭지점에 위치합니다. 박원재, 김기동, 황지수, 최효진의 미들진이 건재한 가운데, 수비라인에 반가운 얼굴이 눈에 띄었습니다. 바로 조성환 선수의 복귀였는데요, 최근들어 물이 오른 공격 조직력에 비해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었던 포항의 수비 조직력 측면에서 가장 기다렸던 소식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이전 경기들에 비해 가장 주목할 만한 선발 라인업 상의 변화라면 황진성 선수와 김재성 선수를 동시에 기용하며, 최전방의 데닐손 선수와 더불어 상당히 폭넓은 움직임을 보이는 미들 지향적인 공격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는 점 입니다. 이는 최근 성남이 갖고 있는, 부상 및 컨디션 난조 등으로 인한 선수 공백과, 경기 후반 체력적인 문제점을 여실히 보이고 있는 노쇠화된 수비 등의 문제를 고려했을 때, 역시 경기 초반 페널티 에어리어 안 쪽에서의 힘 대결 보다는 중원에서의 공간 싸움에서 우위를 가져가는 것에 초점을 맞춘 변화라 볼 수 있겠습니다.

2008 K리그 20라운드 포항:성남

2. 전반 – 난타전

역시 전반은 포항과 성남의 경기가 언제나 그렇듯, 공격의 날을 바짝 세운 양팀의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빠른 공격전개가 이어집니다. 최근 경기들에서 경기 극초반의 흐름을 가져오는 데에 성공하며 좋은 경기 결과를 얻어오던 포항은 이번 경기에서도 최전방 부터의 타이트한 압박을 통해 성남의 숨통을 조여갑니다. 특히 전반전 양팀 선수 모두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쳐 보였던 황진성 선수는 비록 포메이션 상 최전방에 위치했지만 주로 공격 2선에서 프리롤 처럼 움직이며 본인의 장점인 키핑력과 연계 플레이에 기반한 경기 조율로 경기의 분위기를 포항 쪽으로 이끌어 오는 데에 일조합니다. 전반적으로 포항의 볼 점유율이 높아진 가운데, 성남은 최전방의 이동국 선수를 타겟으로 하는 역습에 치중하여 경기를 진행합니다. 특히 경기 내내 그 어떤 크로스 못지 않게 위력적으로 느껴졌던 것이 정성룡 선수의 깊숙히 이어지는 골킥이었는데, 골키퍼 정성룡에서 최전방 이동국으로 직접 이어지는 이 낯익은 조합이 스틸야드에서 포항의 골문을 향하고 있다는 점에 익숙해지는 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듯 합니다.

경기 초반 완전히 흐름을 가져오는 데에 성공한 포항이었지만, 연이은 공격 시도가 번번히 성남의 조밀한 수비라인을 뚫지 못하며, 전반 중반까지 양팀 모두 제대로 된 슈팅 기록 한번 없는 중원에서의 난타전이 펼쳐집니다. 오히려 경기의 흐름을 내 주고 역습에 의존하던 성남이 페널티 아크 왼쪽에서 최성국 선수가 시도한 감각적인 감아차기 슈팅이 김지혁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며 먼저 결정적인 기회를 맞습니다. 이후, 포항도 질세라 최전방의 데닐손 선수와 황진성 선수가 좌우 측면으로 이동하며 생긴 중앙의 공간으로 김재성 선수가 쇄도하며 데닐손 선수의 크로스를 완벽한 헤딩슛으로 연결하지만, 간발의 차이로 골문을 벗어나는 불운이 따릅니다.

비록 경기 내용에 비해 양팀 모두 적은 슈팅 기록을 보였지만, 중원에서 이어지는 쉴 틈 없이 빠른 공수 전환과 타이트한 압박은 흡사 농구 경기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기에, 전반전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어느새 종반으로 접어들고 있었습니다. 전반 막판에는 양팀 모두 결정적인 프리킥 찬스를 맞는데, 두두와 황진성으로 이어지는 양팀의 날카로운 프리킥이 각각 골대 윗그물과 옆그물에 맞으며 위협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전반 종료 직전, 최근 포항 상승세의 원동력이라 볼 수 있는 황진성 선수의 물오른 감각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 펼쳐집니다. 성남의 수비라인이 모두 들어와 있는 상황에서 좌측 측면에 위치한 황진성 선수는 성남의 수비라인과 골키퍼 사이의 빈 공간 중앙에 정확히 떨어지는 절묘한 로빙 패스를 옵사이드 트랩을 뚫고 쇄도하는 데닐손 선수에게 절묘한 타이밍으로 연결합니다. 비록 데닐손 선수의 터치가 정성룡 골키퍼의 품안에 들어가 득점에 실패하기는 했지만, 거의 득점과 다름없는 완벽한 공격 전개 장면을 선보였습니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경기 흐름 속에서 비록 득점에는 실패했던 포항이었지만, 전반전에 포항이 얻은 소득은, 성남의 역습 시도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수비 조직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는 역시 4개월만에 복귀한 조성환 선수의 가세와 최근 좋은 컨디션을 보이며 수차례 결정적인 상대 공격 차단에 성공한 장현규 선수의 활약이 뒷받침이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상대팀 성남의 최전방 이동국 선수가 아직 정상 컨디션이 아니고, 공격의 핵인 모따 선수 선발 출장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야겠지만, 최근 경기들을 통해 적지 않게 눈에 띄었던 수비 라인의 위치 선정 미스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은 주목해야 할 점이라 생각됩니다.

3. 하프타임 – 스테보 등장(?)

리그 후반기 들어 대대적인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포항의 프런트가 이번 경기에 내건 키워드는 바로 ‘여성’ 이었습니다. 이번 경기에서는 여성의 경우 무료 입장이 가능했는데요, 구단측의 설명으로는 하프타임 이벤트 역시도 이 연장선상에서 여성들을 위해 준비되었다고 하는데, 바로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생소한, 축구장에서의 란제리 패션쇼가 펼쳐졌습니다. 결과는 구단 측의 의도와는 다르게 여성들 보다는 남자 중의 남자라는 스틸야드 2층의 해병대 들을 위한 이벤트가 되어 버렸지만 말입니다.

쇼가 시작되고, 외투를 걸쳐도 한기가 느껴지는 추위속에서 매우 필수적인 속옷만을 걸친 쭉쭉빵빵 모델들이 등장하는 가운데, 상당히 낯익은 외국인 남성 모델 한명이 포항의 유니폼을 입은 채로 함께 등장하는데요, 모두의 궁금증을 자아내던 그 모델은 바로 이번 경기 경고 누적으로 출장하지 못하는 포항의 외국인 공격수 스테보 선수였습니다. 모델들과 함께 런웨이(?)에 선 스테보 선수는 멋진 포즈와 함께, 란제리 패션쇼란 컨셉에 맞게 유니폼 상의를 탈의하는 멋진 팬 서비스를 선 보이며 관중들의 박수 갈채를 받습니다. 경기 중에 일어난 상황이었다면 옐로카드 감인데 말이죠.

최근 들어, 올 시즌 새로운 구단 사장님 부임의 영향 때문인지, 구단 차원에서의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적극적인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그 노력이 관중들에게 축구 경기 그 이상의 볼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기는 합니다만, 이왕 노력할 것이라면, 일회적인 이벤트 보다는 좀 더 긴 호흡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스틸야드만의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시도가 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일례로, 얼마전 한번 진행되었던 적이 있었던 일반 관중들의 서포팅 곡 따라부르기 이벤트와 같이 좀 더 경기 자체와 어울어질 수 있는 이벤트가 잦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008 K리그 20라운드 포항:성남

4. 후반 초반 – 불운

양팀 모두 선수 교체 없이 맞은 후반전이 시작하자 마자 성남에게는 행운이 포항에게는 불운이 따르는 실점 상황이 발생합니다. 장학영 선수의 크로스는 이동국 선수가 가슴 트래핑을 거쳐 2선의 김정우 선수에게 연결되었고, 김정우 선수의 중거리 슛은 이동국 선수와의 경합 과정에서 넘어져있던 포항의 황재원 선수의 다리에 맞고 굴절되며, 포항의 골문으로 빨려들어갑니다. 김정우 선수의 슈팅이 완벽한 자세에서의 슈팅이 아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굴절 상황이 없었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실점 상황이었습니다. 실점 상황 이후 후반 초반의 흐름은 급격히 성남 쪽으로 기울기 시작합니다.

개인적으로 K리그에서 가장 매력적인 축구를 하는 팀을 꼽으라면 제가 지지하는 포항과 함께 주저하지 않고 성남을 꼽습니다. 두 팀 모두, 주로 경기의 흐름을 지배하는 경기 운영을 보이는데, 이 과정에서 한 두 선수의 개인 기량에 의존하기 보다는, 최전방 공격진부터 최후방 수비라인까지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연계 플레이의 비중 및 완성도가 상당히 높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번 경기에서도 후반 초반 선제골 득점 이후, 성남이 보여준 연이은 공격 전개 모습은, 선수들의 컨디션이 그다지 좋지 못한 상황에서도 여전한 이 팀의 클래스를 보여줬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불운했던 선제골 실점과 이어지는 상대팀의 분위기 속에서 파리아스 감독은 경기의 흐름을 반전시킬 카드로 김기동 선수 대신 노병준 선수를 투입시키는 결단을 내립니다. 이로써 노병준 선수가 최전방에 위치하고, 미들진에서 다양한 포지션의 소화가 가능한 김재성 선수가 후방으로 내려와 김기동 선수의 위치에 자리하고, 황진성 선수가 본인의 원위치로 돌아오는, 상당히 공격적인 라인업으로 동점골을 노리기 시작합니다.

5. 후반 중반 – 동점골 작렬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 오스트리아 리그에서 K리그로 복귀하여 포항에 입단한 노병준 선수의 포항에서의 성공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상당히 기민하고 기술이 좋은 선수임은 분명하지만, 결정적인 피지컬 상의 단점을 고려했을 때, 포항이라는 팀에서의 그의 포지셔닝이 애매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유사한 스타일의 선수라고 볼 수 있었던 최태욱 선수가 그닥 중용 받지 못한 전례도 작용되었을 것이고, 그와 같은 스타일의 공격수들에게 기대할 수 있는 역할이 현재 포항에서는 좌우 윙백 라인에게 맡겨져 있다는 사실이 결정적인 이유가 되겠지요.

이번 경기에서도 노병준 선수의 투입이 과연 옳은 결정이 될까라는 의문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전반전에 유리한 흐름 속에서도 결정을 짓지 못한 것은, 지나치게 폭넓은 움직임을 보이는 미들 지향적인 선발 라인업의 특성 상, 중앙에서 결정 지어줄 수 있는 집중력이 흐트러졌기 때문이라 판단했고, 또한 후반 중후반들어서 성남의 포백라인이 체력상의 문제를 드러낼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남궁도 선수를 투입하여 본격적인 힘 싸움을 시작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저의 이런 짧은 식견을 비웃기라도 하듯, 노병준 선수는 교체 투입 후 내내, 더욱 더 활발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성남의 수비라인을 흔들기 시작하며, 경기의 흐름을 다시 포항에게로 돌려 놓는 데에 성공합니다. 특히, 중앙의 황진성을 거쳐 좌측의 노마크 상태의 박원재의 아쉬운 슈팅까지 이어졌던 포항의 결정적인 기회에서 노병준 선수는 상대의 압박 속에서도 좋은 볼 키핑력과 시야를 자랑하며 공격 전개의 시발점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경기 내내 물오른 경기력을 선보이며 포항의 공격을 이끌었던 황진성 선수 대신 기다렸던 남궁도 선수가 투입되며 포항은 다시 찾아온 경기의 흐름을 결정지을 준비를 합니다. 그리고 노병준, 남궁도, 이 두 선수의 교체를 통해 결국 포항은 결실을 맺게 됩니다. 좌측에서 박원재 선수가 대각선 방향으로 골문을 향해 길게 올린 크로스를 중앙의 노병준 선수가 상대 수비의 별다른 제지 없이 쉽게 헤딩슛으로 연결하는 장면이었는데요. 이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오직 관중석에서만 그 모든 것을 지켜볼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되었다는 점입니다. 박원재 선수가 좌측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리기 직전 노병준 선수의 위치는 반대쪽인 우측 측면 쪽으로 치우쳐져 있었고, 성남 수비진의 시선은 중앙에 위치한 남궁도 선수에게 집중되고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노병준 선수가 골문 앞쪽의 수비 뒷공간을 향해 대각선 방향으로 쇄도를 시작하고, 그에 맞춘 박원재 선수의 대각선 방향 크로스가 절묘하게 수비 뒷공간에 떨어지며, 성남의 수비진을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상황이었습니다. 관중석에서 지켜보기에, 박원재 선수의 크로스 궤적과 노병준 선수의 쇄도가 마치 경기장을 큰 V 자 형태로 가르며, 그 꼭지점 위치에서 슈팅이 이루어지는 상당히 멋진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당시 경기장에서 골 장면을 지켜보면서도, 이 장면이 과연 중계를 통해서는 어떻게 전달되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었는데요, 돌아와서 녹화 중계를 지켜본 바로는 역시나 카메라 앵글의 한계로 그 상황의 1/10도 채 전달되지 않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중계 상의 장면만을 보자면, 그저 박원재 선수의 크로스가 중앙에 위치한 노병준 선수에게 정확히 전달되고, 노병준 선수의 헤딩이 바운드되며 성남의 골문으로 들어가는 단편적인 상황들만이 전달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역시 관중석에서 지켜보는 축구와 TV 를 통해 지켜보는 축구는 살짝 과장을 보태어서 전혀 다른 종목이라는 제 개인적인 지론이 다시 한번 입증되는 순간이었습니다.

6. 경기 종반 – Again 2006

개인적으로 포항의 경기력이 가장 인상적이었던 시기를 고르자면, 누구나 인정하는 파죽지세로 우승까지 차지하였던 지난 시즌 막바지의 행보에 앞서, 2006시즌 후기 리그 스틸야드에서 펼쳐졌던 경기들을 최고로 꼽고 싶습니다. 그 당시 경기들이 특히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후기리그 홈경기 전승이라는 더할 나위없이 좋은 결과도 있었겠지만, 그 중 상당수가 역전승이었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정확히 2년전 이맘때죠, 2006년 9월 23일 스틸야드에서 펼쳐졌던 성남과의 2006 시즌 후기리그 6라운드 경기가 있었습니다.  당시 모따의 선취골로 전반을 0:1로 뒤진채 후반전을 맞은 포항은 황재원과 고기구의 연속골로 역전에 성공하고, 후반 종료 직전 터진 고기구의 결승골에 힘입어 네아가의 추가골로 한 골을 만회한 성남을 3:2 펠레 스코어로 꺾는 대 역전의 드라마로 16,000여 홈 관중을 열광시켰습니다. 특히 당시 2득점의 고기구 선수와 2도움의 황진성 선수의 활약이 인상적이었던 경기였습니다.

선제골을 내준 상황에서도 좀처럼 홈에서는 질 것 같지 않았던 당시의 포항에 비해, 최근의 포항은 경기력이 상당히 올라와 있는 시기라 해도, 선제골 실점 후에 좀 처럼 경기를 뒤집을 만한 힘을 꽤 오랜 기간 발휘하지 못해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이번 경기에서도 성남에게 선제골을 내준 후, 역전에 대한 희망보다는 이제 성남한테도 한번 쯤은 질 때가 되었다는 자기 위안과 체념이 앞섰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동점골 득점 이후, 경기의 양상은 필드 위의 선수들의 투지에서나 스틸야드를 가득 매운 관중들의 열기에서나  마치 2년전 그 날의 분위기와 빼다 박은 듯이 닮아 있었고, 저 역시도 한동안 잊고 살았던 역전 골에 대한 기대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동점골 득점 직후, 파리아스 감독은 데닐손 선수를 빼고 신형민 선수를 투입하며, 라인업을 정상화 시킵니다. 김재성 선수가 다시 전진 배치되고, ‘포스트 김기동’ 신형민 선수가 김기동 선수의 자리에 위치하고, 남궁도 선수와 노병준 선수가 최전방에 위치하게 됩니다. 다시금 두터워진 미들진을 통해 중원 장악에 성공한 포항은 동점골 이후 경기 종반의 흐름을 완연히 가져오는 데에 성공하고, 동점골의 열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믿을 수 없는 역전의 드라마가 펼쳐집니다. 경기 내내 성남의 우측 풀백 박진섭 선수와의 경합에서 완승을 거두며 도움까지 기록한 좌측의 박원재 선수에 비해, 포항의 우측 윙백 최효진 선수는 성남의 좌측 풀백 장학영 선수와 경기 내내 끊임없이 팽팽한 경합을 벌입니다. 그리고 경기가 점차 종반으로 치닫고 있던 83분, 교체 투입된 신형민 선수에게 우측 측면에서 공을 연결 받은 최효진 선수는 자신의 돌파를 의식하여 자신에게 집중되는 성남 수비진의 뒷 공간에 위치한 신형민 선수에게 절묘한 패스를 연결합니다. 움직일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확보한 신형민 선수는 패널티 박스 중앙으로 공을 치고 들어가서 성남 수비진들 사이로 과감한 왼발 슈팅을 날리고, 볼은 정성룡 골키퍼를 맞고, 다시금 성남의 골문을 흔듭니다.

2008 K리그 20라운드 포항:성남

7. 경기 종료

파리아스 감독의 진가는, 뛰어난 임기응변보다는 팀 조직력을 만들어 나가는 능력에 있다는 것이 평소의 견해였습니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교체 출장할 때 마다 골을 기록하며 소위 ‘파리아스 매직’의 선봉에 섰던 이광재 선수의 경우도, 개인적으로는 파리아스 감독의 임기응변의 결과라기 보다는 이광재 선수의 매직에 가깝다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번 경기에서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은 각각 파리아스 감독이 교체 투입한 노병준 선수와 신형민 선수가 된 것을 보면, 과연 파리아스 감독의 ‘가을 매직’ 이 이번 시즌에도 유효할 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가을의 문턱에서 포항은 리그 1위 성남을 상대로 홈 경기에서 귀중한 3점을 추가하며,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한 발짝 더 다가섭니다. 6위 인천과 7위 경남이 각각 승점 3점 획득에 실패하며, 포항은 6위권과의 승점 차를 5점 차이로 벌이는 동시에, 한 경기를 덜 치룬 울산에 1점차로 근접하며, 상위권 도약의 발판 역시 마련합니다. 이제 이번 시즌 정규리그 6경기를 남겨둔 포항은 4번의 원정 경기와 2번의 홈 경기가 예정된, 원정 경기가 많다는 일정상의 불리함을 안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 시즌 디펜딩 챔피언의 자격으로 리그 컵 대회에 직행하며, 주중 경기를 갖는 다른 팀들에 비해 체력적으로 우위에 있었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당장 다음주 주중부터 시작되는 컵대회 플레이오프 일정 역시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리그 후반 김기동, 조성환 등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복귀와 한층 공고해진 조직력을 통해, 이번 시즌 스틸야드에 다시 찾아온 이 가을 역시, 지난 시즌 못지 않게 멋지게 기억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2008 K리그 20라운드 포항:성남

2008 K리그 20라운드 포항:성남

2008 K리그 20라운드 포항:성남

8. K리그 입문의 교과서 – 클래식 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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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축구계의 치열하기로 손꼽히는 더비 매치들에는 유독 ‘classic’ 이라는 수식어가 눈에 띕니다. 스페인 라리가의 그 유명한 레알과 바르샤의 엘 클라시코, 남미 최고의 더비라는 보카와 리버플레이트의 수페르 클라시코 등이 있겠죠. 비록 유럽과 남미의 리그들과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겠지만 올해로 벌써 25년째를 맏는 K리그에서도 ‘classic’ 이라는 수식어를 붙일만한 매치업을 고른다면, 7회 우승으로 리그 최다 우승팀인 성남일화와 4회 우승으로 그 뒤를 잇는 포항 스틸러스라는 전통의 명문팀들 간의 경기를 빼 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K리그 역사상 최고의 명승부로 손꼽히는 95년 두 팀간의 챔피언 결정전을 필두로, 여전히 회자되는 두 팀이 만들어낸 과거의 주옥같은 명승부들의 추억들 역시 필히 짚고 넘어가야 할 점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 두 팀간의 경기를 주목해야 하는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이들이 만들어낸 명경기의 기억들이 과거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사실 때문입니다. 자타공인 리그 최고의 명장 김학범 감독과 파리아스 감독이 선보이는 탄탄한 조직력 중심의 전술 운용은 기술이 뛰어난 양 팀 선수들과의 조화를 통해, 매번 매력적인 경기를 펼쳐왔으며,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지켜본 두 팀간의 경기는 단 한번도 기대를 져버린 적이 없었습니다. 그 누구나 주장하지만 그 누구도 뚜렷하게 정의 내리지 못하는 ‘공격 축구’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힌트를 K리그에서 찾는다면, 아마 이 두 팀간의 경기가 이에 가장 근접하지 않았을까요. 행여나 아직까지도 오랜 기간 반복되어온 축구 행정 상의 과오들과 악의적인 언론의 농간으로 인해 K리그는 무작정 재미 없다라는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고 계시다면, 두 말 필요없이, 진정한 K리그의 재미를 발견할 수 있는 입문서이자, 클래식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포항과 성남의 경기를 놓치지 마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포항 vs 성남 시즌 잔여 경기 일정

경기구분

날짜

시간

원정

경기장

리그컵 6강 PO

2008.10.01 (수)

19:30

성남

포항

성남 탄천종합운동장

2군리그

2008.10.02 (목)

14:00

성남

포항

성남 탄천종합운동장

FA컵 8강전

2008.11.05 (수)

19:30

포항

성남

포항 스틸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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