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K리그 20라운드 <포항:성남>
2008년 9월 27일 19:00, 포항 스틸야드
0. 입장
최근 몇 시즌간 포항은 시즌 초반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예상을 보기 좋게 뒤집으며 좋은 결과를 거둬왔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는 유독 가을이 시작되며 찾아오는 포항의 무서운 상승세가 결정적인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가을은 찾아왔고, 모처럼 스틸야드를 가득 매운 관중들의 두터워진 외투가 어색하지 않게 느껴지는 2008 시즌 가을의 스틸야드를 찾은 첫 손님은 리그 1위 성남이었습니다. 성남과의 경기는 언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멋진 경기 내용을 보여주었고, 이와 더불어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 2경기를 포함하여, 3시즌 째 성남에게는 홈, 원정 가릴 것 없이 패전 없는 극강의 결과를 보여줬기 때문에, 내용과 결과 양쪽 모두에 적지 않은 기대를 품고 스틸야드에 들어섰습니다.
1. 선발 라인업 – 주목할 만한 변화
포항은 경고 누적으로 결장한 스테보 선수 대신 남궁도 선수가 선발 출장할 것이라는 애초의 예상과는 달리, 항상 성남과의 경기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보였었던 황진성 선수를 데닐손 선수의 파트너로 전진 배치하고, 김재성 선수가 미들진의 꼭지점에 위치합니다. 박원재, 김기동, 황지수, 최효진의 미들진이 건재한 가운데, 수비라인에 반가운 얼굴이 눈에 띄었습니다. 바로 조성환 선수의 복귀였는데요, 최근들어 물이 오른 공격 조직력에 비해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었던 포항의 수비 조직력 측면에서 가장 기다렸던 소식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이전 경기들에 비해 가장 주목할 만한 선발 라인업 상의 변화라면 황진성 선수와 김재성 선수를 동시에 기용하며, 최전방의 데닐손 선수와 더불어 상당히 폭넓은 움직임을 보이는 미들 지향적인 공격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는 점 입니다. 이는 최근 성남이 갖고 있는, 부상 및 컨디션 난조 등으로 인한 선수 공백과, 경기 후반 체력적인 문제점을 여실히 보이고 있는 노쇠화된 수비 등의 문제를 고려했을 때, 역시 경기 초반 페널티 에어리어 안 쪽에서의 힘 대결 보다는 중원에서의 공간 싸움에서 우위를 가져가는 것에 초점을 맞춘 변화라 볼 수 있겠습니다.
2. 전반 – 난타전
역시 전반은 포항과 성남의 경기가 언제나 그렇듯, 공격의 날을 바짝 세운 양팀의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빠른 공격전개가 이어집니다. 최근 경기들에서 경기 극초반의 흐름을 가져오는 데에 성공하며 좋은 경기 결과를 얻어오던 포항은 이번 경기에서도 최전방 부터의 타이트한 압박을 통해 성남의 숨통을 조여갑니다. 특히 전반전 양팀 선수 모두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쳐 보였던 황진성 선수는 비록 포메이션 상 최전방에 위치했지만 주로 공격 2선에서 프리롤 처럼 움직이며 본인의 장점인 키핑력과 연계 플레이에 기반한 경기 조율로 경기의 분위기를 포항 쪽으로 이끌어 오는 데에 일조합니다. 전반적으로 포항의 볼 점유율이 높아진 가운데, 성남은 최전방의 이동국 선수를 타겟으로 하는 역습에 치중하여 경기를 진행합니다. 특히 경기 내내 그 어떤 크로스 못지 않게 위력적으로 느껴졌던 것이 정성룡 선수의 깊숙히 이어지는 골킥이었는데, 골키퍼 정성룡에서 최전방 이동국으로 직접 이어지는 이 낯익은 조합이 스틸야드에서 포항의 골문을 향하고 있다는 점에 익숙해지는 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듯 합니다.
경기 초반 완전히 흐름을 가져오는 데에 성공한 포항이었지만, 연이은 공격 시도가 번번히 성남의 조밀한 수비라인을 뚫지 못하며, 전반 중반까지 양팀 모두 제대로 된 슈팅 기록 한번 없는 중원에서의 난타전이 펼쳐집니다. 오히려 경기의 흐름을 내 주고 역습에 의존하던 성남이 페널티 아크 왼쪽에서 최성국 선수가 시도한 감각적인 감아차기 슈팅이 김지혁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며 먼저 결정적인 기회를 맞습니다. 이후, 포항도 질세라 최전방의 데닐손 선수와 황진성 선수가 좌우 측면으로 이동하며 생긴 중앙의 공간으로 김재성 선수가 쇄도하며 데닐손 선수의 크로스를 완벽한 헤딩슛으로 연결하지만, 간발의 차이로 골문을 벗어나는 불운이 따릅니다.
비록 경기 내용에 비해 양팀 모두 적은 슈팅 기록을 보였지만, 중원에서 이어지는 쉴 틈 없이 빠른 공수 전환과 타이트한 압박은 흡사 농구 경기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기에, 전반전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어느새 종반으로 접어들고 있었습니다. 전반 막판에는 양팀 모두 결정적인 프리킥 찬스를 맞는데, 두두와 황진성으로 이어지는 양팀의 날카로운 프리킥이 각각 골대 윗그물과 옆그물에 맞으며 위협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전반 종료 직전, 최근 포항 상승세의 원동력이라 볼 수 있는 황진성 선수의 물오른 감각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 펼쳐집니다. 성남의 수비라인이 모두 들어와 있는 상황에서 좌측 측면에 위치한 황진성 선수는 성남의 수비라인과 골키퍼 사이의 빈 공간 중앙에 정확히 떨어지는 절묘한 로빙 패스를 옵사이드 트랩을 뚫고 쇄도하는 데닐손 선수에게 절묘한 타이밍으로 연결합니다. 비록 데닐손 선수의 터치가 정성룡 골키퍼의 품안에 들어가 득점에 실패하기는 했지만, 거의 득점과 다름없는 완벽한 공격 전개 장면을 선보였습니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경기 흐름 속에서 비록 득점에는 실패했던 포항이었지만, 전반전에 포항이 얻은 소득은, 성남의 역습 시도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수비 조직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는 역시 4개월만에 복귀한 조성환 선수의 가세와 최근 좋은 컨디션을 보이며 수차례 결정적인 상대 공격 차단에 성공한 장현규 선수의 활약이 뒷받침이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상대팀 성남의 최전방 이동국 선수가 아직 정상 컨디션이 아니고, 공격의 핵인 모따 선수 선발 출장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야겠지만, 최근 경기들을 통해 적지 않게 눈에 띄었던 수비 라인의 위치 선정 미스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은 주목해야 할 점이라 생각됩니다.
3. 하프타임 – 스테보 등장(?)
리그 후반기 들어 대대적인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포항의 프런트가 이번 경기에 내건 키워드는 바로 ‘여성’ 이었습니다. 이번 경기에서는 여성의 경우 무료 입장이 가능했는데요, 구단측의 설명으로는 하프타임 이벤트 역시도 이 연장선상에서 여성들을 위해 준비되었다고 하는데, 바로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생소한, 축구장에서의 란제리 패션쇼가 펼쳐졌습니다. 결과는 구단 측의 의도와는 다르게 여성들 보다는 남자 중의 남자라는 스틸야드 2층의 해병대 들을 위한 이벤트가 되어 버렸지만 말입니다.
쇼가 시작되고, 외투를 걸쳐도 한기가 느껴지는 추위속에서 매우 필수적인 속옷만을 걸친 쭉쭉빵빵 모델들이 등장하는 가운데, 상당히 낯익은 외국인 남성 모델 한명이 포항의 유니폼을 입은 채로 함께 등장하는데요, 모두의 궁금증을 자아내던 그 모델은 바로 이번 경기 경고 누적으로 출장하지 못하는 포항의 외국인 공격수 스테보 선수였습니다. 모델들과 함께 런웨이(?)에 선 스테보 선수는 멋진 포즈와 함께, 란제리 패션쇼란 컨셉에 맞게 유니폼 상의를 탈의하는 멋진 팬 서비스를 선 보이며 관중들의 박수 갈채를 받습니다. 경기 중에 일어난 상황이었다면 옐로카드 감인데 말이죠.
최근 들어, 올 시즌 새로운 구단 사장님 부임의 영향 때문인지, 구단 차원에서의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적극적인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그 노력이 관중들에게 축구 경기 그 이상의 볼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기는 합니다만, 이왕 노력할 것이라면, 일회적인 이벤트 보다는 좀 더 긴 호흡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스틸야드만의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시도가 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일례로, 얼마전 한번 진행되었던 적이 있었던 일반 관중들의 서포팅 곡 따라부르기 이벤트와 같이 좀 더 경기 자체와 어울어질 수 있는 이벤트가 잦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4. 후반 초반 – 불운
양팀 모두 선수 교체 없이 맞은 후반전이 시작하자 마자 성남에게는 행운이 포항에게는 불운이 따르는 실점 상황이 발생합니다. 장학영 선수의 크로스는 이동국 선수가 가슴 트래핑을 거쳐 2선의 김정우 선수에게 연결되었고, 김정우 선수의 중거리 슛은 이동국 선수와의 경합 과정에서 넘어져있던 포항의 황재원 선수의 다리에 맞고 굴절되며, 포항의 골문으로 빨려들어갑니다. 김정우 선수의 슈팅이 완벽한 자세에서의 슈팅이 아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굴절 상황이 없었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실점 상황이었습니다. 실점 상황 이후 후반 초반의 흐름은 급격히 성남 쪽으로 기울기 시작합니다.
개인적으로 K리그에서 가장 매력적인 축구를 하는 팀을 꼽으라면 제가 지지하는 포항과 함께 주저하지 않고 성남을 꼽습니다. 두 팀 모두, 주로 경기의 흐름을 지배하는 경기 운영을 보이는데, 이 과정에서 한 두 선수의 개인 기량에 의존하기 보다는, 최전방 공격진부터 최후방 수비라인까지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연계 플레이의 비중 및 완성도가 상당히 높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번 경기에서도 후반 초반 선제골 득점 이후, 성남이 보여준 연이은 공격 전개 모습은, 선수들의 컨디션이 그다지 좋지 못한 상황에서도 여전한 이 팀의 클래스를 보여줬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불운했던 선제골 실점과 이어지는 상대팀의 분위기 속에서 파리아스 감독은 경기의 흐름을 반전시킬 카드로 김기동 선수 대신 노병준 선수를 투입시키는 결단을 내립니다. 이로써 노병준 선수가 최전방에 위치하고, 미들진에서 다양한 포지션의 소화가 가능한 김재성 선수가 후방으로 내려와 김기동 선수의 위치에 자리하고, 황진성 선수가 본인의 원위치로 돌아오는, 상당히 공격적인 라인업으로 동점골을 노리기 시작합니다.
5. 후반 중반 – 동점골 작렬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 오스트리아 리그에서 K리그로 복귀하여 포항에 입단한 노병준 선수의 포항에서의 성공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상당히 기민하고 기술이 좋은 선수임은 분명하지만, 결정적인 피지컬 상의 단점을 고려했을 때, 포항이라는 팀에서의 그의 포지셔닝이 애매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유사한 스타일의 선수라고 볼 수 있었던 최태욱 선수가 그닥 중용 받지 못한 전례도 작용되었을 것이고, 그와 같은 스타일의 공격수들에게 기대할 수 있는 역할이 현재 포항에서는 좌우 윙백 라인에게 맡겨져 있다는 사실이 결정적인 이유가 되겠지요.
이번 경기에서도 노병준 선수의 투입이 과연 옳은 결정이 될까라는 의문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전반전에 유리한 흐름 속에서도 결정을 짓지 못한 것은, 지나치게 폭넓은 움직임을 보이는 미들 지향적인 선발 라인업의 특성 상, 중앙에서 결정 지어줄 수 있는 집중력이 흐트러졌기 때문이라 판단했고, 또한 후반 중후반들어서 성남의 포백라인이 체력상의 문제를 드러낼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남궁도 선수를 투입하여 본격적인 힘 싸움을 시작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저의 이런 짧은 식견을 비웃기라도 하듯, 노병준 선수는 교체 투입 후 내내, 더욱 더 활발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성남의 수비라인을 흔들기 시작하며, 경기의 흐름을 다시 포항에게로 돌려 놓는 데에 성공합니다. 특히, 중앙의 황진성을 거쳐 좌측의 노마크 상태의 박원재의 아쉬운 슈팅까지 이어졌던 포항의 결정적인 기회에서 노병준 선수는 상대의 압박 속에서도 좋은 볼 키핑력과 시야를 자랑하며 공격 전개의 시발점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경기 내내 물오른 경기력을 선보이며 포항의 공격을 이끌었던 황진성 선수 대신 기다렸던 남궁도 선수가 투입되며 포항은 다시 찾아온 경기의 흐름을 결정지을 준비를 합니다. 그리고 노병준, 남궁도, 이 두 선수의 교체를 통해 결국 포항은 결실을 맺게 됩니다. 좌측에서 박원재 선수가 대각선 방향으로 골문을 향해 길게 올린 크로스를 중앙의 노병준 선수가 상대 수비의 별다른 제지 없이 쉽게 헤딩슛으로 연결하는 장면이었는데요. 이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오직 관중석에서만 그 모든 것을 지켜볼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되었다는 점입니다. 박원재 선수가 좌측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리기 직전 노병준 선수의 위치는 반대쪽인 우측 측면 쪽으로 치우쳐져 있었고, 성남 수비진의 시선은 중앙에 위치한 남궁도 선수에게 집중되고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노병준 선수가 골문 앞쪽의 수비 뒷공간을 향해 대각선 방향으로 쇄도를 시작하고, 그에 맞춘 박원재 선수의 대각선 방향 크로스가 절묘하게 수비 뒷공간에 떨어지며, 성남의 수비진을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상황이었습니다. 관중석에서 지켜보기에, 박원재 선수의 크로스 궤적과 노병준 선수의 쇄도가 마치 경기장을 큰 V 자 형태로 가르며, 그 꼭지점 위치에서 슈팅이 이루어지는 상당히 멋진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당시 경기장에서 골 장면을 지켜보면서도, 이 장면이 과연 중계를 통해서는 어떻게 전달되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었는데요, 돌아와서 녹화 중계를 지켜본 바로는 역시나 카메라 앵글의 한계로 그 상황의 1/10도 채 전달되지 않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중계 상의 장면만을 보자면, 그저 박원재 선수의 크로스가 중앙에 위치한 노병준 선수에게 정확히 전달되고, 노병준 선수의 헤딩이 바운드되며 성남의 골문으로 들어가는 단편적인 상황들만이 전달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역시 관중석에서 지켜보는 축구와 TV 를 통해 지켜보는 축구는 살짝 과장을 보태어서 전혀 다른 종목이라는 제 개인적인 지론이 다시 한번 입증되는 순간이었습니다.
6. 경기 종반 – Again 2006
개인적으로 포항의 경기력이 가장 인상적이었던 시기를 고르자면, 누구나 인정하는 파죽지세로 우승까지 차지하였던 지난 시즌 막바지의 행보에 앞서, 2006시즌 후기 리그 스틸야드에서 펼쳐졌던 경기들을 최고로 꼽고 싶습니다. 그 당시 경기들이 특히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후기리그 홈경기 전승이라는 더할 나위없이 좋은 결과도 있었겠지만, 그 중 상당수가 역전승이었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정확히 2년전 이맘때죠, 2006년 9월 23일 스틸야드에서 펼쳐졌던 성남과의 2006 시즌 후기리그 6라운드 경기가 있었습니다. 당시 모따의 선취골로 전반을 0:1로 뒤진채 후반전을 맞은 포항은 황재원과 고기구의 연속골로 역전에 성공하고, 후반 종료 직전 터진 고기구의 결승골에 힘입어 네아가의 추가골로 한 골을 만회한 성남을 3:2 펠레 스코어로 꺾는 대 역전의 드라마로 16,000여 홈 관중을 열광시켰습니다. 특히 당시 2득점의 고기구 선수와 2도움의 황진성 선수의 활약이 인상적이었던 경기였습니다.
선제골을 내준 상황에서도 좀처럼 홈에서는 질 것 같지 않았던 당시의 포항에 비해, 최근의 포항은 경기력이 상당히 올라와 있는 시기라 해도, 선제골 실점 후에 좀 처럼 경기를 뒤집을 만한 힘을 꽤 오랜 기간 발휘하지 못해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이번 경기에서도 성남에게 선제골을 내준 후, 역전에 대한 희망보다는 이제 성남한테도 한번 쯤은 질 때가 되었다는 자기 위안과 체념이 앞섰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동점골 득점 이후, 경기의 양상은 필드 위의 선수들의 투지에서나 스틸야드를 가득 매운 관중들의 열기에서나 마치 2년전 그 날의 분위기와 빼다 박은 듯이 닮아 있었고, 저 역시도 한동안 잊고 살았던 역전 골에 대한 기대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동점골 득점 직후, 파리아스 감독은 데닐손 선수를 빼고 신형민 선수를 투입하며, 라인업을 정상화 시킵니다. 김재성 선수가 다시 전진 배치되고, ‘포스트 김기동’ 신형민 선수가 김기동 선수의 자리에 위치하고, 남궁도 선수와 노병준 선수가 최전방에 위치하게 됩니다. 다시금 두터워진 미들진을 통해 중원 장악에 성공한 포항은 동점골 이후 경기 종반의 흐름을 완연히 가져오는 데에 성공하고, 동점골의 열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믿을 수 없는 역전의 드라마가 펼쳐집니다. 경기 내내 성남의 우측 풀백 박진섭 선수와의 경합에서 완승을 거두며 도움까지 기록한 좌측의 박원재 선수에 비해, 포항의 우측 윙백 최효진 선수는 성남의 좌측 풀백 장학영 선수와 경기 내내 끊임없이 팽팽한 경합을 벌입니다. 그리고 경기가 점차 종반으로 치닫고 있던 83분, 교체 투입된 신형민 선수에게 우측 측면에서 공을 연결 받은 최효진 선수는 자신의 돌파를 의식하여 자신에게 집중되는 성남 수비진의 뒷 공간에 위치한 신형민 선수에게 절묘한 패스를 연결합니다. 움직일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확보한 신형민 선수는 패널티 박스 중앙으로 공을 치고 들어가서 성남 수비진들 사이로 과감한 왼발 슈팅을 날리고, 볼은 정성룡 골키퍼를 맞고, 다시금 성남의 골문을 흔듭니다.
7. 경기 종료
파리아스 감독의 진가는, 뛰어난 임기응변보다는 팀 조직력을 만들어 나가는 능력에 있다는 것이 평소의 견해였습니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교체 출장할 때 마다 골을 기록하며 소위 ‘파리아스 매직’의 선봉에 섰던 이광재 선수의 경우도, 개인적으로는 파리아스 감독의 임기응변의 결과라기 보다는 이광재 선수의 매직에 가깝다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번 경기에서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은 각각 파리아스 감독이 교체 투입한 노병준 선수와 신형민 선수가 된 것을 보면, 과연 파리아스 감독의 ‘가을 매직’ 이 이번 시즌에도 유효할 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가을의 문턱에서 포항은 리그 1위 성남을 상대로 홈 경기에서 귀중한 3점을 추가하며,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한 발짝 더 다가섭니다. 6위 인천과 7위 경남이 각각 승점 3점 획득에 실패하며, 포항은 6위권과의 승점 차를 5점 차이로 벌이는 동시에, 한 경기를 덜 치룬 울산에 1점차로 근접하며, 상위권 도약의 발판 역시 마련합니다. 이제 이번 시즌 정규리그 6경기를 남겨둔 포항은 4번의 원정 경기와 2번의 홈 경기가 예정된, 원정 경기가 많다는 일정상의 불리함을 안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 시즌 디펜딩 챔피언의 자격으로 리그 컵 대회에 직행하며, 주중 경기를 갖는 다른 팀들에 비해 체력적으로 우위에 있었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당장 다음주 주중부터 시작되는 컵대회 플레이오프 일정 역시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리그 후반 김기동, 조성환 등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복귀와 한층 공고해진 조직력을 통해, 이번 시즌 스틸야드에 다시 찾아온 이 가을 역시, 지난 시즌 못지 않게 멋지게 기억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8. K리그 입문의 교과서 – 클래식 매치

세계 축구계의 치열하기로 손꼽히는 더비 매치들에는 유독 ‘classic’ 이라는 수식어가 눈에 띕니다. 스페인 라리가의 그 유명한 레알과 바르샤의 엘 클라시코, 남미 최고의 더비라는 보카와 리버플레이트의 수페르 클라시코 등이 있겠죠. 비록 유럽과 남미의 리그들과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겠지만 올해로 벌써 25년째를 맏는 K리그에서도 ‘classic’ 이라는 수식어를 붙일만한 매치업을 고른다면, 7회 우승으로 리그 최다 우승팀인 성남일화와 4회 우승으로 그 뒤를 잇는 포항 스틸러스라는 전통의 명문팀들 간의 경기를 빼 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K리그 역사상 최고의 명승부로 손꼽히는 95년 두 팀간의 챔피언 결정전을 필두로, 여전히 회자되는 두 팀이 만들어낸 과거의 주옥같은 명승부들의 추억들 역시 필히 짚고 넘어가야 할 점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 두 팀간의 경기를 주목해야 하는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이들이 만들어낸 명경기의 기억들이 과거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사실 때문입니다. 자타공인 리그 최고의 명장 김학범 감독과 파리아스 감독이 선보이는 탄탄한 조직력 중심의 전술 운용은 기술이 뛰어난 양 팀 선수들과의 조화를 통해, 매번 매력적인 경기를 펼쳐왔으며,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지켜본 두 팀간의 경기는 단 한번도 기대를 져버린 적이 없었습니다. 그 누구나 주장하지만 그 누구도 뚜렷하게 정의 내리지 못하는 ‘공격 축구’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힌트를 K리그에서 찾는다면, 아마 이 두 팀간의 경기가 이에 가장 근접하지 않았을까요. 행여나 아직까지도 오랜 기간 반복되어온 축구 행정 상의 과오들과 악의적인 언론의 농간으로 인해 K리그는 무작정 재미 없다라는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고 계시다면, 두 말 필요없이, 진정한 K리그의 재미를 발견할 수 있는 입문서이자, 클래식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포항과 성남의 경기를 놓치지 마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포항 vs 성남 시즌 잔여 경기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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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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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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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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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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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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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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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컵 6강 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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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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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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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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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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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탄천종합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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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군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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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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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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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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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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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탄천종합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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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컵 8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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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0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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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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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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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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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스틸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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