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September 8, 2010

11월 마지막주 K리그 단신

Posted by megaup On November - 29 - 2008 ADD COMMENTS

예년 같았으면 이미 챔피언 결정전 까지 리그 일정이 종료되고, 모든 팀들이 다음 시즌 준비를 시작하곤 했던 11월 말이 되었건만, 유독 일정이 길게 이어지고 있는 올 시즌만큼은 이제서야 마지막 3팀이 가려진 상황입니다. 6강 플레이오프와 준플레이오프를 통해 포항, 성남, 전북이 차례로 올 시즌을 마감한 가운데, 크로스토너먼트의 승자 울산과 정규리그 2위 서울과의 플레이오프 일전을 하루 앞으로 남겨놓고, 11월 마지막 주의 K리그 이야기들의 끄적임을 시작하겠습니다.

1. 현대 家 맞대결의 승자는 울산

역시 지지하는 팀이 6강 플레이오프에서 일찌감치 탈락하고 나니, 준 플레이오프 경기 결과도 단신 처리가 되어 버렸군요. 어쨌든 지난 주 수요일 울산 문수 월드컵 경기장에서 플레이오프 진출권이 걸린 울산과 전북의 현대 家 형제간의 맞대결이 펼쳐졌습니다. 지난 6강 플레이오프 성남과의 경기에서 부상으로 시즌아웃 된 김형범 선수를 제외하고는 가용할 수 있는 최선의 정예 멤버로 경기에 나선 전북에 비해, 울산은 루이지뉴, 알미르, 브라질리아의 외국인 선수 3명을 모두 선발 출전시키지 않는 의외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난 포항과의 6강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포항의 좌우 측면 공격을 효과적으로 봉쇄하며 경기의 주도권을 잡는 데에 성공했던 울산은, 마찬가지로 양측면의 빠른 공격수들을 주무기로 하는 전북을 상대로도 측면 공간을 내어주지 않으며 초반부터 경기의 주도권을 가져갑니다. 전반적인 울산의 흐름속에서 루이스 선수를 중심으로 전북의 역습이 이어지던 가운데, 전반 40분 세트플레이 상황에서 길게 넘어온 공이 전북 권순태 골키퍼의 키를 넘기는 염기훈 선수의 헤딩골로 이어지며 울산은 선제골 득점에 성공합니다. 후반들어 마음이 급해진 전북은 만회골 득점을 위해 공격을 강화하지만 번번히 울산의 탄탄한 수비를 뚫는 데에 실패하고, 이는 오히려 울산에게 수차례 위협적인 역습을 허용하는 계기가 됩니다. 사실 경기 내용만으로 봤을 때에는, 권순태 골키퍼의 연이은 선방이 아니었다면 이 날의 점수 차는 좀 더 벌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결국 1:0 울산의 승리로 경기는 종료되고, 울산은 오는 11월 30일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챔피언 결정전 진출을 놓고 서울과의 플레이오프 일전을 펼치게 되었습니다. 제가 지지하는 포항과 울산 간의 라이벌 관계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개인적으로 김정남 감독이 이끄는 울산의 팀컬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수비에 무게 중심을 두고 역습에 의존하는 전형적인 지지않는, 하지만 재미 없는 축구를 보이기 때문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경기 내용보다 승패 여부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플레이오프에 와서는 또 그다지 뚜렷하게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해왔던 것도 울산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포항과의 6강 플레이오프에서 승부차기를 앞두고 선보인 김승규 골키퍼의 깜짝 기용에 이어서, 이번 전북과의 준플레이오프 경기에서도 외국인 선수 3명을 모두 벤치에 앉히는 대신 부상으로 인해 한동안 제 컨디션을 찾지 못했었던 염기훈 선수나 현영민 선수를 중용하는 결단으로 경기를 승리로 이끈 김정남 감독을 보며, K리그 최다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노장의 관록이라는 것이 괜한 것은 아니구나 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실 6강 플레이오프 이전까지만 해도 몇몇 주축 선수들의 부상 및 컨디션 난조를 약점으로 지적받았어야만 했던 울산인데, 준 플레이오프 경기를 통해 승리를 챙기는 것과 동시에 염기훈, 이상호, 현영민 등의 주축 선수들의 컨디션 역시 끌어올리는 데에 성공하며, 플레이오프 경기와 더 나아가 챔피언결정전 까지의 전망이 한층 밝아졌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2. 개혁의 칼을 뽑아든 성남

지난 6강 플레이오프 관전 후기 포스팅을 통해 ‘다가올 이번 스토브리그의 주인공은 아마도 K리그의 큰 손, 성남이 되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라는 언급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큰 손의 움직임이 리그가 채 종료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기대보다 훨씬 발빠르게 시작되었습니다. 우선 성남은 시즌 중에 영입한 이동국 선수와의 다음 시즌 계약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비친 것에 이어, 2년 연속 무관의 책임을 지고 김학범 감독이 사임하기에 이릅니다. 이동국 선수는 결국 그토록 어색하게만 보였던 노란색 유니폼에 익숙해질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은 채, 성남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적어도 2008 시즌의 성남은 이동국 선수에게 여러 모로 좋지 않은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국가대표 급 화려한 면면을 자랑하는 수비 진과 미드필더 라인의 탄탄한 조직력 위에 모따, 네아가, 이따마르, 두두 등으로 이어지는 리그 최정상 급 외국인 공격수들의 폭발력을 더해 자타공인 리그 최고 전력을 자랑하던 성남이었지만, 주축 선수들의 노쇠화가 위험 수위에 이르렀고, 반면 젊은 유망주들의 성장은 기대에 못 미치며 명백히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성남의 2008 시즌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정규리그가 채 종료되기도 전에 상무 입대를 이유로 팀을 떠난 최성국 선수의 경우나, 리그 후반기 들어 유독 심판 판정이나 경기 상황 등에 대해 전같지 않은 과민 반응을 보였던 김학범 감독의 오버액션 등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으로도 적지 않게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였던 올 시즌 성남이었으니, 가만히 앉아 이동국 선수가 제 컨디션을 찾기만을 기다려줬을 리 만무하겠죠. 이동국 선수 본인은 J리그행을 고려하고 있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K리그 내의 본인을 필요로 하고, 또 기다려줄 수 있는 클럽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여러모로 상황이 예전같지 않죠. 김학범 감독 사임의 경우, 전북전 패배 직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현실로 닥치고 나니 생각보다 아쉬움이 크네요. 젊은 내국인 감독 중에 그 만한 능력과 경험을 갖춘 사람이 흔치 않을 터인데, 물론 팀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친 것도 문제이겠지만, 성남이라는 팀이 갖고 있는 특수성에 기인한 외적인 요인들이 김 감독 퇴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기에 그 안타까움이 더 하네요. 한 때, 우스갯소리로 ‘레알 성남’ 이라는 별칭으로 불리우던 성남 일화의 2008 시즌은 마치 갈락티코 시대의 레알 마드리드의 마지막이 그러했듯 팀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감독의 사퇴에 이어 코치진도 대폭 물갈이 될 것이고, 노쇠화의 주범(?)으로 지목받던 수비라인 및 미들진의 대대적인 개편도 불가피해 보입니다. 다음 시즌에도 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모따와 두두를 계속해서 볼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아마 한동원 선수나 조동건 선수와 같은 성남이 자랑하는 젊은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수도 있겠죠. 하지만 코칭 스태프와 선수진의 세대 교체 만으로 성남의 개혁이 성공으로 기억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결국 관중들에게는 경기장에 찾아가서 응원하고 싶은 팀, 선수들에게는 선수 인생의 목표로 삼을 수 있는 팀이 되는 것이 성공한 팀, 그리고 명문팀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 될 수 있을텐데, 적어도 지금까지의 성남은 리그 내 그 어느팀도 이루지 못한 화려한 성과를 얻는 데에는 성공한 반면, 정작 관중들과 선수들의 마음을 얻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좋은 코칭스태프와 좋은 선수들로 좋은 성적을 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에는 이미 충분한 시간이 흐르지 않았나 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3. K3 리그 승부조작 사건

비록 K리그 이야기는 아니지만, 우리나라 축구판에도 결국 터질 게 터졌군요. 3부 리그인 K3 리그에서의 승부 조작 사건이 수면에 떠올랐습니다. 중국 및 동남아를 연고로 하는 도박업자들의 사주를 받은 하부리그 선수들이 일부러 수비를 느슨히 하고 실점을 하여, 경기 결과를 조작하는 사건이 발각되었는데요. 선수들 뿐만이 아니라 감독들에게도 유혹의 손길이 있어왔으며, 승부 조작에 가담할 선수들의 알선에 2부 리그인 내셔널 리그 구단 직원이 연루되어 있다는 점 등에서 그 충격을 더하고 있습니다.  K3 리그 정식 출범 2시즌만에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사건이 터지게 되었는데요, 이번 사건을 계기로 K3 리그 뿐만이 아니라 한국 축구계 전반이 한층 더 건강해 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2008 K리그, FA컵 잔여 경기 일정

경기 날짜 원정 경기장
플레이오프 11/30 (일) 서울 울산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
챔피언결정전 1차전 12/3 (수) PO 승자 수원 PO 승자 홈
챔피언결정전 2차전 12/7 (일) 수원 PO 승자 수원 월드컵 경기장
FA컵 4강전 12/18 (목) 포항 대구 제주 종합 운동장
FA컵 4강전 12/18 (목) 경남 고양 제주 종합 운동장
FA컵 결승전 12/21 (일) 4강전 승자팀 간 제주 종합 운동장

6강 플레이오프를 지켜보며

Posted by megaup On November - 24 - 2008 ADD COMMENTS

축구 관련 블로깅을 하면서, 물론 제 개인 블로그이고, 어차피 찾아주시는 분들이 많은 것도 아닙니다만, 사실 누구든지 어떠한 경로를 통해서든지 접근이 가능한 블로그의 개방적 성향 상, 되도록이면 지나치게 감정에 치우친 포스팅은 자제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 역시 한 팀의 지지자이고, 그 이전에 사람인지라, 제가 지지하는 팀의 경기 결과가 좋을 때에는 포스팅에 대한 의지도 함께 불타오르는 반면, 그 반대의 상황이 닥치면 블로그 관리에 소홀하게 되는 게 사실이네요.

개인적으로는 AGAIN 2007 의 부푼 꿈과 함께 손꼽아 기다려왔던 2008 K리그 6강 플레이오프 2경기가 지난 주말 이틀에 걸쳐 펼쳐졌습니다. 그 첫번째 경기는 정규리그 4위 울산과 5위 포항의 전통의 라이벌전이었으며, 두번째 경기는 언제나 변함없는 강력한 우승후보 성남과 리그 후반 무서운 뒷심의 주인공 전북의 맞대결이었습니다.

 

1. 울산 현대 0 (PK 4) : 0 (PK 2) 포항 스틸러스

11월 22일 17:00
울산 월드컵 경기장 (9,480명)

지난 시즌 6강 플레이오프에서 각각 대전과 경남을 꺾고 준플레이오프에서 맞대결을 펼쳤었던 울산과 포항이 올 시즌에는 조금 더 빨리 6강 플레이오프 상대로 다시 문수 구장에서 만났습니다. 최근들어 지방 연고 팀들이라는 핸디캡으로 인해, 수원과 서울의 맞대결이나 소위 마계대전이라 불리우는 성남과 수원의 맞대결과 같은 수도권 연고 팀들 간의 라이벌전에 비해 적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만, K리그의 역사를 되짚어봤을 때, 울산과 포항은 중요한 길목마다 숱한 명승부들을 만들어 낸, 명실공히 K리그를 대표하는 라이벌 전 또는 더비 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더군다나 포항의 지지자 입장에서는 두 팀간의 맞대결에서 번번히 유독 좋은 결과를 보여왔던 포항이었기에 큰 기대를 안고 간만에 문수 구장의 원정 서포터석을 찾았습니다.

2008 K리그 6강 PO 울산:포항

단판으로 준플레이오프 진출이 결정되는 경기의 중요성 탓인지 양팀 모두 지극히 조심스러운 경기 운영을 펼쳤습니다. 평소에 수비적인 경기 운영으로 악명 높은 김정남 감독의 울산은 그렇다 치더라도, 평소 중원에서의 짧은 숏패싱 게임과 과감한 측면 돌파를 주무기로 삼는 파리아스 감독의 포항까지도 무게 중심을 수비에 둔 채로, 롱 패스에 의존한 역습 위주의 경기 운영을 펼치며, 경기는 직접 경기장에서 지켜봤던 최근 수년간의 경기들 중, 주저없이 최악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만큼 지루한 양상으로 흘러갑니다.

2008 K리그 6강 PO 울산:포항

결국 양 팀 모두 이렇다할 기회를 만들지 못한 채 전,후반 90분이 종료되었고, 이어진 연장 전,후반 30분 동안에도 양팀은 승부를 가르지 못한 채 승부차기에 돌입합니다. 승부차기를 앞두고 연장 후반 막바지에 상당히 흥미로운 상황이 펼쳐졌는데요, 울산 벤치에서 골키퍼 김영광 선수 대신 신예 김승규 선수를 투입합니다. 정성룡 골키퍼 대신 신화용 골키퍼를 승부차기 전담 키퍼로 투입하며 승리를 이끌었던 지난 시즌 6강 플레이오프 경기에서의 포항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순간이었고, 승부차기가 시작되자 마자 그 우려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올해 나이로 19살의 1990년 생 약관의 신인 골키퍼가 포항의 1, 2번 키커였던 노병준과 김광석의 킥을 차례로 막아내는 믿지 못할 선방을 선보이며, 결국 승부차기 스코어 4:2 로 울산은 지긋지긋한 포항 징크스를 떨쳐내고 준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합니다. 수비 지향적인 전술 운영으로 종종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김정남 감독이지만, 중요한 순간에 노장의 승부수가 빛을 발했던 순간이었습니다.

2008 K리그 6강 PO 울산:포항

하지만 주말 저녁에, 인구 100만이 넘는 광역시를 연고로 하는 팀의 홈 경기장에서 펼쳐진, 보통 경기도 아니고 플레이오프 경기였음에도, 관중이 채 만명도 들어차지 않았다는 점은, 울산 현대의 입장에서 경기의 승패를 떠나 한번쯤은 되짚어봐야 할 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더군다나 추운 날씨에 경기장을 찾아주신 수천명의 홈 관중들께서도 과연 이 경기를 지켜보며 흐른 장장 3시간 여의 시간이, 단지 승부차기에서 승리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가치를 갖게 되었는지도 의문이네요.

2008 K리그 6강 PO 울산:포항

 

2. 성남 일화 1 : 2 전북 현대

11월 23일 14:00
성남 탄천 종합 운동장 (12,347명)

전날 펼쳐졌던 울산과 포항의 경기가 워낙 근래에 보기 드문 최악의 경기 내용이었고, 더군다나 지지하는 팀인 포항의 준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된 마당에, 사실 성남과 전북의 6강 플레이오프 두번째 경기에는 그다지 큰 관심이 생기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경기가 진행되며, 다음 시즌 부터는 6강 플레이오프 2 경기 중, 0대0 무승부로 경기를 마친 팀들은 승부차기 없이 아예 준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박탈해야 하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날 경기와는 사뭇 다른 박진감 넘치는 경기 양상이 펼쳐졌습니다. 경기 초반 중원 장악에 성공한 홈팀 성남이 전반 경기의 주도권을 가져오는 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전반 30분 경, 전북의 알렉스의 핸드볼 파울로 얻은 페널티킥을 두두가 성공시키며, 성남은 준 플레이오프 진출에 먼저 한발 다가섭니다.

성남의 선제골 이후, 양 팀은 서로 난타전을 주고 받으며 전반을 마감했고, 후반 들어 전북은 에이스 김형범과 외국인 공격수 다이치를 연이어 투입하며 추격에의 승부수를 띄웁니다. 매서운 공격 전개로 후반 경기의 주도권을 가져온 전북은 김형범 선수의 부상으로 인해 어수선해진 분위기 속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고, 결국 후반 30분 혼전 상황 속에서 이어진 최태욱 선수의 슈팅이 성남의 골문을 통과하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리는 데에 성공합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 순간 어느 정도 전북의 역전승을 예상할 수 있었는데요. 전, 후반 90분만을 놓고 봤을 때에도, 후반 막바지에 접어들면 체력적인 한계를 보이는 성남의 노쇠화된 수비진들이 동점골 이후 물 오른 전북의 발빠른 공격수들을 연장 전, 후반까지 이어서 상대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전북은 역시 후반 남은 시간에 이어 연장전 까지 주도권을 놓치 않았고, 결국 전반 10분 다이치의 패스를 받은 루이스의 절묘한 골로 전북은 역전에 성공합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공격적인 선수 영입으로 단숨에 우승 후보로 손 꼽히다가 정작 리그 개막 후에는 조직력 부재로 하위권을 전전하던 전북이 결국에는 이름값을 하며 준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성공합니다. 지난 시즌 포항이 우승하기까지의 과정을 돌이켜 볼 때, 올 시즌은 6강 플레이오프 첫 경기에서 난적 성남을 꺾으며 분위기를 타기 시작한 전북의 선전을 조심스레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단, 에이스 김형범 선수의 부상이 장기화 될 예정이라는 소식이 다소 불안한 전북의 입장입니다.

K리그의 영원한 우승후보 성남은 결국 올 시즌도 무관으로 남게 되었네요. 지난 시즌에야 너무 많은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다가 실패한 것이라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구실이라도 있었습니다만, 올 시즌 리그에만 전념할 수 있었던 시즌 막바지의 무기력했던 성남의 모습은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다가올 이번 스토브리그의 주인공은 아마도 K리그의 큰 손, 성남이 되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결국 준 플레이오프는 전북과 울산 간의 현대 家 집안 싸움으로 결정이 났습니다. 오는 11월 26일 수요일 오후 7시 30분에 양팀 중 정규 리그 순위가 높은 울산의 홈구장인 문수 월드컵 경기장에서 준플레이오프 경기가 펼쳐지게 되었는데요, 주말에도 만명 채우기 힘든 올 시즌의 문수 월드컵 경기장인지라 주중에 펼쳐지는 준플레이오프 경기를 앞두고 심히 걱정이 되는 바 입니다. 아무쪼록 경기 내용만큼은 울산과 포항의 경기보다는 성남과 전북의 경기에 좀 더 가까웠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난 시즌 우승팀과 준우승팀이었던 포항과 성남이 올시즌에는 공교롭게도 나란히 6강 플레이오프 고비를 넘지 못했습니다. 결국 양팀 모두 이번 시즌 내내 해결하지 못했던 골칫거리들에게 중요한 순간에 발목을 잡히게 된 꼴인데요, 성남의 경우는 수비진의 노쇠화 문제가 되겠고, 포항의 경우는 따바레즈의 공백을 채우는 데에 실패했다는 점이 되겠습니다. 이로서 성남은 올 시즌을 마감하기에 이르렀고, 포항은 리그 챔피언 결정전이 끝난 후, 오는 12월 18일부터 재개될 FA 컵 4강전을 앞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비록 개인적으로는 지지하는 팀인 포항의 리그 2연패의 꿈이 무산되었기에 다소 김빠진 채로 2008 시즌을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만, 포항의 지지자임과 동시에 K리그 지지자의 한 사람으로서, 2008 K리그의 플레이오프 경기들을 지켜볼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부심이 생길 수 있을 정도로 역사에 길이 남을 멋진 경기들이 펼쳐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2008 K리그, FA컵 잔여 경기 일정

경기 날짜 원정 경기장
준 플레이오프 11/26 (수) 울산 전북 울산 월드컵 경기장
플레이오프 11/30 (일) 서울 준PO 승자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
챔피언결정전 1차전 12/3 (수) PO 승자 수원 PO 승자 홈
챔피언결정전 2차전 12/7 (일) 수원 PO 승자 수원 월드컵 경기장
FA컵 4강전 12/18 (목) 포항 대구 제주 종합 운동장
FA컵 4강전 12/18 (목) 경남 고양 제주 종합 운동장
FA컵 결승전 12/21 (일) 4강전 승자팀 간 제주 종합 운동장

리얼 버라이어티 축구 경기 관전기

Posted by megaup On November - 6 - 2008 ADD COMMENTS

2008 하나은행 FA 컵 8강전 <포항:성남>
2008년 11월 5일 19:30, 포항 스틸야드

0. 입장

지난 9월말 K리그 20라운드 경기를 관전하고, 포항과 성남의 맞대결에 K리그의 클래식 매치 라는 표현과 함께 찬사를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포스팅의 마지막에 포항과 성남간의 이번 시즌 잔여 경기 일정을 소개드렸었는데, 공교롭게도 포항은 3경기 중 앞서 치룬 리그컵 6강 플레이오프와 2군리그 4강전의 2 경기 모두에서 성남에 승리하며, 대 성남전 연속 무패 기록을 8경기로 늘리는 데에 성공합니다. 성남의 입장에서는 2006년 9월 23일 경기부터 2년이 넘는 기간동안 포항에게 승리를 거두지 못하였으며, 그 8경기 중에도 단 한번의 무승부 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패하였으니, 자타공인 리그 최강 성남의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구겨질만한 사실임이 분명했습니다. 그렇게 특별한 인연(?)을 이어가는 가운데, 올 시즌들어 유난히 중요한 길목에서의 잦은 맞대결을 벌여야 했던 두 팀이 이번에는 FA 컵 준결승 진출을 놓고 스틸야드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최근 부진한 경기력으로 리그 선두 자리와 2위 자리를 각각 수원과 서울에게 내주며 리그 마지막 라운드 한 경기를 남겨둔 현재 선두권과 승점 3점차로 3위로 내려앉는 위기에 빠진 성남은 이번 경기 승리를 통해 침체된 분위기의 반전과 포항 징크스의 타파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리는 상황이었습니다. 반면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짓고 지난 리그 25라운드 제주와의 경기에서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취하게 하는 여유를 보이고도 연승 행진을 이어간 포항은 체력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좀 더 여유를 갖고 경기에 임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2008 FA컵 8강전 포항:성남

1. 선발 라인업

지난 리그 25라운드 경기에서 휴식을 취했던 박원재, 최효진, 조성환, 스테보의 주축 멤버들을 이번 경기에 모두 선발 출장시킨 포항은,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확정된 현 상황에서, 주말의 리그 마지막 라운드 경기보다 FA 컵 준결승 진출에 좀 더 무게를 두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김지혁 골키퍼가 골문을 지키고, 수비 라인에 장현규, 조성환 선수와 함께 지난 시즌 우승 주역인 김광석 선수가 오랜만에 선발 라인업에 포함이 되었습니다. 미들 라인에서는 지난 라운드 리그 경기에 출전했던 김기동, 황지수 선수 대신에, 신형민 선수와 함께 1군 경기에 오랜만에 선발 출장한 김윤식 선수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좌우의 박원재 최효진 라인이 건재한 가운데, 김재성 선수가 공격을 조율하고, 스테보-황진성 조합의 투톱이 가동되었습니다.

성남은 정성룡 골키퍼가 골문을 지키고, 김영철, 박우현 센터백 라인에, 좌측에 장학영 선수가, 그리고 우측에는 부상인 박진섭 선수 대신 전광진 선수가 선발 출장하였습니다. 미들 라인에는 손대호, 김철호 선수가 김정우 선수의 뒤를 받치고, 전방에는 성남이 자랑하는 모따와 두두, 그리고 아르체까지 이어지는 외국인 공격수 3각 편대가 출격하였습니다. 모따와 두두 선수가 투톱 처럼 위치하고, 아르체 선수는 주로 좌측 측면에 위치하는 형태였습니다.

2008 FA컵 8강전 포항:성남
2008 FA컵 8강전 포항:성남

2. 전반 – 포항의 분위기, 그리고 변칙 전술

경기 초반 포항은 서서히 볼 점유율을 높여가며 경기 분위기를 지배하기 시작합니다. 이 와중에 파리아스 감독은 제 눈을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 상당히 생소한 변칙 전술을 꺼내드는데요. 우측 윙백 최효진 선수를 스테보 선수와 함께 최전방에 위치시키고, 최전방에 위치하고 있던 황진성 선수를 본 포지션인 공격형 미드필더에, 그리고 공격형 미드필더에 위치하고 있던 김재성 선수를 우측 윙백에 위치시키는 포지션 스위칭을 단행합니다. 사실 황진성 선수의 경우는 본래 포지션이 최전방이 아닌 공격형 미드필더이고, 최효진 선수의 최전방 기용 역시 간간히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던 장면이기에 그리 놀라울 것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만, 항상 허리에 위치하며 경기를 조율하던 김재성 선수의 우측 윙백 기용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었기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죠.

성남이 유독 포항에게 맥을 못 추는 결정적인 요인이라면 성남의 좌우 풀백 라인이 포항의 박원재-최효진 좌우 윙백 라인을 막는 데에 번번히 실패해왔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꼭 성남 뿐만이 아니라 포항을 상대해야 하는 리그의 모든 팀들이라면 공히, 포항을 상대로 좋은 경기 결과를 얻기 위해 선결해야 할 제 1 과제가 포항의 측면 라인 봉쇄라는 점에 동의할 것 입니다. 그렇기에 잦은 맞대결로 포항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김학범 감독 역시 포항의 우측면 최효진 봉쇄를 위한 준비가 되어있었을 상황에서, 파리아스가 꺼내든 이 예상치 못한 변칙 전술은 언뜻 꽤나 그럴듯해 보였습니다. 주로 저돌적인 돌파와 2:1 연계 플레이로 우측면을 지배하는 최효진 선수 대신 압도적인 활동량과 넓은 시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김재성 선수를 같은 자리에 위치시키며 상대의 허를 찌르게 된 상황이 되었죠. 이 변칙 전술은 최전방에서도 예의 그 날카로운 공격 능력을 잃지 않는 최효진 선수와, 본인의 제자리를 찾아 날개를 단 황진성 선수의 활약에 힘입어 전반 초반 경기의 분위기를 완벽히 포항으로 가져오는 데에 일조하며 성공을 거두는 듯 하였습니다. 하지만 역시 익숙치 않은 포지션을 소화해야 했던 김재성 선수는 성남의 역습 상황에서 위치 선정 미스로 성남의 두두에게 지나치게 넓은 뒷공간으로 내주게 되고, 좌측면에서 충분한 공간을 확보한 두두는 중앙의 모따에게 절묘한 패스를 연결하며 선제골 득점에 일조하게 됩니다.

한 경기 결과로 준결승 진출이 결정되는 경기의 중요도 탓 인지, 선제골 실점 이후, 파리아스 감독은 이른 시간에 교체 카드를 꺼내듭니다. 전반 내내 그다지 좋지 못한 경기 감각을 보이던 김윤식 선수 대신 최근 포항 상승세의 원동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특급 조커 노병준 선수를 투입합니다. 이로써, 노병준 선수가 스테보 선수와 짝을 이루고, 최효진 선수가 본래 자리인 우측 측면으로, 김재성 선수가 김윤식 선수의 빈자리로 이동하며, 포항의 포메이션은 비로소 정상화되게 됩니다. 파리아스 감독의 야심찬(?) 변칙 전술은 선제골 실점이라는 좋지 않은 결과만을 남긴 채 전반전과 함께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2008 FA컵 8강전 포항:성남

3. 하프타임 – 지나치게 다채로웠던 하프타임 이벤트

전반 내내 경기를 지배했지만 단 한번의 역습에 선제골을 허용했기에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은 기분으로 하프타임 이벤트가 진행되었습니다. 언제나 그랬듯 홈 관중들의 철저한 무관심 속에서 펼쳐진 아주머니들의 댄스 이벤트가 끝나고, 의자 밑에 숨겨둔 깜짝 보물 찾기를 통해 진행된 경품 추첨 행사가 시작되면서 관중석이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와중에 원정팀인 성남의 서포터가 위치한 S석 일대에서 성남 서포터들과 포항의 일반 관중 간의 실랑이가 벌어지며 몸싸움까지 번지게 되었고, 불 구경과 함께 가장 재미있는 구경거리라는 싸움 구경으로 후끈 달아오른 스틸야드 관중석의 열기를 잠재우려는 듯이, 드디어 오늘 경기의 하이라이트인 물쇼가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후반들어 성남이 위치하게 될 성남 측 진영 쪽의 3대의 스프링클러가 갑작스레 동작하기 시작했는데요, 혹시 이게 그동안 포항스틸러스를 성원해 주신 포항 시민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구단측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또 다른 하프타임 이벤트는 아닐까 라는 생각부터, 정말 축구장에 물을 채워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했던 무리들이 이제서야 드디어 본격적인 행동을 개시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우려까지, 눈 앞에 펼쳐진 흔히 보기 힘든 광경이 여러 추측만을 남긴 채, 양팀 선수들이 다시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며, 하프타임이 종료되었습니다.

2008 FA컵 8강전 포항:성남
2008 FA컵 8강전 포항:성남

4. 후반 – 인저리 타임 12분의 의미

하프타임의 스프링클러 헤프닝이 문제가 되었던 이유는 원정팀인 성남 측 진영의 스프링클러들만이 가동되었다는 점에 있습니다. 후반전 킥오프를 위해 양팀 선수들이 모두 대형을 갖춘 상황에서 스프링클러 오작동 문제에 대한 성남 벤치의 강한 어필로 후반 킥오프는 5분여간 지연되었고, 결국 포항 측 진영의 스프링클러 3대 역시 작동시켜 양측 진영 모두 동일한 조건을 만드는 것으로 합의하기에 이릅니다. 축구 경기 중의 스프링클러 가동이라는 내 평생 다시는 구경하지 못하리라 굳게 믿었던 그 장면이, 불과 5분만에 그 자리에서 그대로 방향만 바뀐채 다시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으니, 고마워해야 하는 일이었을까요? 스프링클러의 작동이 경기에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홈팀 진영이든, 원정팀 진영이든, 아니면 경기장 전체이든 간에, 오작동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하고 넘어가야 할 것입니다.

2008 FA컵 8강전 포항:성남
2008 FA컵 8강전 포항:성남

이번 스프링클러 헤프닝에 대한 김학범 감독의 강경 대응은 사실 스프링클러 작동에 따라 받게 될 실질적인 불이익 보다는 경기의 분위기를 가져오기 위한 의도된 행동이었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한 경기 결과로 당락이 결정되는 중요한 토너먼트 경기에서, 그것도 지난 8경기 동안의 맞대결을 통해 한번도 이기지 못했던 상대팀의 홈에서, 이번 경기 역시 그다지 만족할 만한 모습을 보이지 못한 채로 끌려가다가, 효과적인 역습으로 귀중한 선제 득점에 성공하며 전반을 한 골차로 앞선 채 마감한 상황. 이 상황에서 후반전이 예정대로 진행되었더라면, 후반 초반은 하프타임 동안 동점골을 위한 일념으로 전열을 가다듬었을, 한 골차이로 뒤져있는 홈팀의 공세로 시작될 가능성이 상당히 큰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잠시 동안 만이라도 흐름을 끊을 수 있는 매우 적절한 떡밥이 주어졌으니 놓치지 않는 것이 당연했겠죠.

하지만 문제는 이 과정에서 평소 냉정한 모습으로 일관하던 김학범 감독이 지나치게 격앙된 모습을 노출했다는 점입니다. 안그래도 제법 쌀쌀해진 날씨에 야간에 펼쳐지는 경기에서 선수들의 몸이 덜 풀린 탓에, 전반전부터 수비시 상대 선수를 놓칠 경우 손을 사용하는 거친 플레이가 유독 자주 눈에 띄었던 경기 양상에서, 선수들이 아무리 흥분해도 냉정을 유지해야 할 벤치가 냉정을 잃은 모습을 보였으니, 후반전 경기의 양상은 불 보듯 뻔하게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협회 주관 경기에서 유독 종종 문제가 되어왔던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이 후반이 진행되며 극대화 되었고, 주심의 판정에 대한 항의로 이미 옐로카드를 한장 받은 바 있는 성남의 김영철 선수가 포항의 역습 상황에서 남궁도 선수에 대한 태클로 옐로카드를 한 장 더 받으며 경고 누적 퇴장을 당하게 됩니다. 하프타임의 스프링클러 헤프닝과 연이은 불리한 판정에 불만이 최고조에 달한 성남의 김학범 감독은 김영철 선수의 퇴장에 대한 격렬한 항의로 경기를 10분여 중단시키고, 이 과정에서 선수들을 불러 들여 마치 농구에서나 볼 수 있던 작전 타임과 같이, 경기 중간에 선수들이 둥글게 모여 화이팅을 외치는 희귀한 장면을 연출합니다. 결국 경기 진행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김학범 감독마저 퇴장 당하며 우여곡절 끝에 상황이 진정됩니다.

2008 FA컵 8강전 포항:성남

스포츠 경기에서 주심의 판정이 주심 개인의 주관에 따르듯, 주심의 판정에 대한 판단 역시 개인의 주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기에, 판정 자체에 대한 언급은 차치하더라도, 이 경기의 사태가 이 지경까지 악화된 원인으로는 심판진과 경기 감독관의 미숙한 경기 운영을 첫 손에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결과론 적으로는 냉정을 잃은 성남 벤치의 과도한 항의가 경기를 거칠어지게 만든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지만, 사실 이번 경기는 전반 초반부터 여느 경기에 비해 거친 플레이가 자주 눈에 띄던 상황이었고, 이를 적절히 통제하지 못한 채 후반 들어 경기 양상이 과열된 후에야 비로소 카드를 남발하는 주심의 책임이 크다는 판단입니다. 결국 성남 벤치가 표출한 가장 큰 불만 요인 역시 판정의 일관성이 없다는 점이었죠. 이미 경기 운영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한 심판진은 중요한 상황에서 한박자 느린 판정과 반응으로 사태가 겉잡을 수 없게 커지는 데에 일조합니다. 김영철 선수의 퇴장 상황에 있어서도 주심의 판정이 즉각 지체없이 나왔었더라면, 그리고 김학범 감독의 도를 넘어선 항의에 대해서도 좀 더 이른 시간에 결단을 내렸었더라면, 평소에는 관심조차 없다가 축구에 대한 안좋은 사건이 터지기만 하면 마치 굶주린 하이에나들 처럼 썩은 고기에 눈이 뒤집히는 일부 스포츠 찌라시의 존경해 마지않는 쓰레기 기자 ‘님’ 들이 이토록 신나게 날뛰는 꼴을 보지 않았어도 됐을텐데 말이죠.

하지만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성남 김학범 감독의 대응에 있었습니다. 주심의 오심이나 경기 운영 상의 미숙 등의 문제가 분명 비판받아 마땅할 문제이고 시급한 개선이 필요한 문제임에는 동의합니다만, 이에 대한 불만 표시가 경기 진행을 직접적으로 방해하며 관중의 관전권을 침해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는 점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더군다나 명실공히 리그 최고 명문팀의 수장이자 축구팬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국내 지도자 중 한명이라는 김학범 감독이 이번 사태의 주인공이었다는 점에서 실망이 배가된 것도 사실입니다. 윗 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데, 최근들어 종종 문제가 되고 있는 선수들의 프로의식 부재 문제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겠다는 씁쓸한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주장과 감독을 모두 잃은 성남의 선수들은 어렵사리 재개된 후반전 경기를 통해 수적 우위를 앞세운 포항의 파상공세를 걷어내기에 급급했고, 후반 37분 노병준 선수의 크로스에 이은 남궁도 선수의 헤딩골로 포항에 동점골을 허용하게 됩니다. 그리고 앞선 일련의 사태로 인해 무려 12분의 인저리 타임이 주어졌지만, 양팀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채 승부차기에 돌입합니다.

2008 FA컵 8강전 포항:성남

5. 승부 차기 – 계속되는 징크스

월드컵이나 챔피언스리그와 같은 토너먼트 경기들에만 익숙하신 분들에게는 축구 경기에서 승부차기가 그리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상황처럼 느껴지실 수도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승부차기 상황을 TV 중계가 아닌 실제 경기장에서 지켜볼 수 있는 기회란 그리 흔치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저 역시도 나름 적지 않은 축구 경기를 직접 관전해왔다고 자부해왔습니다만, 막상 승부차기를 직접 경기장에서 관전하는 것은 이번 경기가 처음이었더군요. 여러모로 흔치 않은 볼거리들을 제공했던 이번 경기는 그 마무리마저도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최근 포항의 승부차기 상황을 돌이켜보면 승부차기를 앞두고 승부차기 전담 골키퍼로 신화용 선수가 투입되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가깝게는 지난 수원과의 컵대회 준결승 경기가 그러하였고, 지난 시즌 경남과의 리그 6강 플레이오프 경기에서도 승부차기를 앞두고 정성룡 선수 대신 신화용 선수가 투입되며 승부차기를 승리로 이끈 기억입니다. 하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이미 교체 카드 3장을 모두 써버린 상황이라 김지혁 골키퍼가 그대로 골문을 지킨 상황에서 포항의 선축으로 승부차기가 시작되었습니다.

2008 FA컵 8강전 포항:성남
2008 FA컵 8강전 포항:성남

양 팀의 첫번째와 두번째 키커였던 포항의 노병준, 김광석 선수와 성남의 모따, 두두 선수가 모두 깔끔하게 골을 성공시킨 가운데 동점골의 주인공인 남궁도 선수가 포항의 3번째 키커로 나섰습니다. 항상 그 날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가 유독 결정적인 승부차기 상황에서 실축으로 무릎을 꿇는 장면이 잦았었기에 불안한 마음으로 남궁도 선수를 지켜보는데, 우려가 현실이 되듯 남궁도 선수의 발끝을 떠난 공은 정성룡 골키퍼의 손에 맞고 골대 뒤로 넘어갔습니다. 승기를 잡은 성남의 3번째 키커는 김정우 선수. 하지만 직전 남궁도 선수의 슈팅과 비슷한 방향을 향한 김정우 선수의 슈팅은 역시나 직전 정성룡 선수의 선방과 쏙 빼닮은 김지혁 선수의 선방에 막히며 승부는 원점으로 되돌아 옵니다. 그 뒤에 이어진 양팀의 5명의 키커들은 각각 실수 없이 골을 성공시켰으며, 승부는 양팀의 9번째 키커에서 갈리게 됩니다. 포항의 9번째 키커로 나선 김재성 선수가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킨 반면, 성남의 박재용 선수의 슈팅은 재차 김지혁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며 성남은 다시한번 포항에게 무릎을 꿇게 됩니다.

2008 FA컵 8강전 포항:성남

6. 경기 종료

승부차기 까지 가는 접전 끝에 포항은 FA 컵 준결승 진출에 성공함과 동시에 대 성남전 연속 무패 기록을 9경기로 늘려나가게 됩니다. 더불어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확정된 상황에서 지난해 이루지 못한 더블 우승의 목표 달성을 위해 시즌 막바지 좋은 분위기를 이어나가고 있는 포항입니다. 반면 성남은 최근 리그에서의 부진에 이어 FA 컵에서 까지도 지긋지긋한 포항 징크스에 무릎을 꿇으며, 좀처럼 분위기가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더군다나 이번 경기 구설수에 오를만한 벤치의 액션이 가뜩이나 침체되어 있는 선수단 분위기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지가 남겨진 리그 마지막 라운드와 플레이오프 경기들을 앞둔 성남에게 관건이 될 것입니다.

2008 FA컵 8강전 포항:성남

여러모로 많은 이야기 거리들을 남길만한 경기였습니다. 그 중 대다수가 K리그의 다소 부정적인 일면들만을 부각시키기에 매우 적합하다는 점이 안타깝지만 말입니다. 심판 판정에 있어서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자 했던 연맹과 협회의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이번 시즌은 유독 심판 판정에 대해 필드위의 선수들 뿐만이 아니라, 각 팀 벤치에서의 불만의 목소리가 잦았었던 것 같습니다. 시즌 초 경남 조광래 감독의 역사에 길이 남을 인저리 타임 28분의 신화 창조라던가, ‘우리가 심판을 믿어주지 않으면 누가 믿어주겠나’ 라는 멋진 멘트 후, 채 얼마 지나지 않아 심판 판정에 대한 과도한 항의로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아야만 했던 대전 김호 감독에 이어, 이번 경기를 통해 믿었던 성남의 김학범 감독 마저 이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축구판에 이런 크고 작은 이슈가 대두될 때 마다, 그 주체가 감독이 되었든, 선수가 되었든, 협회나 연맹의 높으신 분들이 되었든, 심지어는 악의적인 스포츠 찌라시의 하이에나 기자 ‘님’ 들과 키보드 위에서 손가락으로 축구보는 위대하신 네티즌 ‘분’ 들이 되었든, 언제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명목이 바로 ‘한국 축구의 발전’ 입니다. 국가대표 감독이라는 사람은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K리그 일정은 무시하고 규정에 어긋나는 대표팀 조기 소집을 강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각 클럽 팀 감독이라는 사람들은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심판들이 자기 팀에게 불리한 판정을 내려서는 안된다며 울부짓고, 축구 선수라는 사람들은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관중석에 뛰어들어 관중에게 따끔한 한마디를 건네는 것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연맹 역시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졸속 승강제 추진에 열을 올리고, 축구 협회 회장이라는 사람은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본인이 운영하는 2부리그 구단의 1부리그 승격 조건으로 연고 이전을 내걸고 있습니다. 그나마 언제나 한결같은 언론은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자신들의 악의적인 K리그 비난 기사가 필수 불가결하다고 믿으며, 언제나 공명정대 하신 우리나라 네티즌 여러분들께 올림픽에서 메달 하나 못 따는 ‘한국 축구’는 발전은 커녕 하루 빨리 없어져야 할 존재로 인식된 지 오래입니다.

그런데 그들이 이토록 입을 모아 외치는 ‘한국 축구의 발전’ 이 과연 모두 동일한 지향점을 향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무엇보다 여전히 이곳 저곳에 산재되어 있는 축구판의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목표로 제시하기에 ‘한국 축구의 발전’ 은 지나치게 원대하고 추상적이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치 우리 국민들 하나 하나가 하루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이유가 모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한’ 것이 아니듯, 축구판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일들 하나 하나까지 모두 ‘한국 축구의 발전’ 에 빗대어 비약하기 이전에, 이제는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좀 더 구체적인 발전상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 대상이 프로 스포츠인 K리그가 된다면, 그 어느 것보다 관중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생각이며, 그 어떤 이유로도 관중의 관전권이 침해되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입니다. 비 온 뒤 땅이 굳어진다고 했듯이, 오늘 경기를 비롯하여 최근 계속되고 있는 일련의 사건 사고들이 우리 리그가 좀 더 건강해 질 수 있도록 든든한 자양분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4경기를 남겨둔 K리그 중간 점검 2

Posted by megaup On October - 22 - 2008 ADD COMMENTS

4경기를 남겨둔 K리그 중간 점검 1 – 서두
4경기를 남겨둔 K리그 중간 점검 2 – 치열한 선두권 다툼
4경기를 남겨둔 K리그 중간 점검 3 – 더 치열한 6강 플레이오프 경쟁
4경기를 남겨둔 K리그 중간 점검 4 – 결론

2. 치열한 선두권 다툼

’2등은 기억되지 않는다’ 라는 말처럼 모든 팀들이 궁극적으로 우승을 목표로 땀 흘리는 스포츠의 세계에 있어서 변함없는 최대 관심사는 역시나 선두권 다툼일 것입니다.

총 26라운드로 진행되는 2008 시즌의 정확히 절반에 해당하는 13라운드가 종료된 당시만 해도 수원의 정규 시즌 우승을 의심할 수 있었던 사람은 아마 얼마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11연승과 리그 무패 기록으로 대변되는 2008 시즌 전반기의 절대 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극강 전력을 보였던 수원은 후반기들어 공수 전반에 걸쳐 갑작스런 밸런스 붕괴를 보이며, 언제나 그랬듯 기복없이 꾸준한 승수 쌓기에 성공한 성남과, 후반기들어 마치 전반기의 수원의 모습에도 비견될 수 있을법한 상승세를 보인 서울에 추격을 허용합니다.

물론 지난 시즌 5위의 성적으로 정규시즌을 마친 뒤, 플레이오프에서의 믿기 힘든 상승세로 단숨에 챔피언 자리까지 오른 포항의 전례를 들어, 정규 시즌 순위에 대한 무용론이 제기되기도 했었지만, 지난 시즌 결과론 적인 측면에서가 아닌 상식적인 선에서 현 플레이오프 제도가 정규 리그 상위권 팀에게 우승을 향한 좀 더 큰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는 사실은 명백해 보입니다. 또한 내년 시즌부터 2장에서 4장으로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 자격 팀의 수가 확대됨으로 인해, 정규리그 순위 1,2 위 팀에게 플레이오프 결과와는 상관없이 AFC 챔피언스리그 티켓이 주어진다는 점 역시 선두권 팀들에게 적지 않은 동기부여가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22라운드 현재 유력한 선두 경쟁 구도는 승점 47점으로 동률을 이루며 득실차로 나란히 1,2위에 위치하고 있는 성남과 수원, 그리고 이 두 팀을 승점 2점차로 바짝 뒤쫓고 있는 서울의 소위 수도권 3S 팀 간의 3파전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동해안의 전통의 명가 울산과 포항이 사실상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결정짓고 호시탐탐 막판 순위 역전을 노리고 있는 양상입니다.

순위 구단 경기 승점 잔여 일정 (, 원정)
1 성남 22 47 14 5 3 43 18 25 서울 인천 전북 대구
2 수원 22 47 15 2 5 40 22 18 포항 서울 전남 인천
3 서울 22 45 12 9 1 40 22 18 성남 수원 부산 포항
4 울산 22 40 11 7 4 32 24 8 대전 광주 경남 부산
5 포항 22 37 11 4 7 38 32 6 수원 대전 제주 서울

1) 성남 일화

최근 리그 5경기 : 3승 2패 (2연승)
22R 경기 결과 : 승 (부산, 1:0)
잔여 일정 : 서울(A), 인천(H), 전북(H), 대구(A)

19라운드와 20라운드, 그리고 리그컵 대회 8강전을 통해 울산과 포항에게 연패를 당하며 잠시 주춤했던 성남이 최근 리그 2연승을 통해 분위기를 상승세로 반전시킨 상황입니다. 비록 PK 와 다소 행운이 따른 상황으로 부터 얻은 골이기는 했지만 이동국 선수가 2경기 연속 결승골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점은 성남의 입장에서 상당히 고무적인 사실입니다. 단, 전반기 시즌 20골 이상의 득점 페이스를 보이던 두두의 골 행진이 후반기 들어 다소 잠잠해졌으며, 공격의 핵인 모따 선수가 아직 부상으로부터 완벽한 컨디션을 되찾지 못했다는 불안 요소와 수비 라인의 노쇠화 및 조병국 선수의 공백으로 인한 공수 전환 시의 스피드 저하라는 공수 양면의 불안 요소가 내재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리그 잔여 일정은 여느 경쟁팀들 못지 않게 까다로운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성남입니다. 우선 에이스 모따가 경고 누적으로 결장한 채 치뤄야 하는 서울 원정 경기가 올 시즌 막바지 선두권 경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어지는 인천, 전북, 대구 역시 6강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위해 사력을 다할 것이 예상되는 팀들이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은 일정이 예상됩니다.

하지만 직접적인 경쟁팀이라 할 수 있는 수원과 서울에 비해 시즌 막바지 부상으로 인한 전력 이탈이 적다는 점에서 정규 시즌 우승에 가장 가깝게 다가가 있는 팀으로는 성남을 1순위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수원 삼성

최근 리그 5경기 : 2승 3패 (2연승)
22R 경기 결과 : 승 (광주, 2:0)
잔여 일정 : 포항(A), 서울(H), 전남(H), 인천(A)

3전 3패라는 충격적인 성적으로 악몽과도 같았던 9월을 보냈던 수원은 10월 들어 리그 2연승, 컵대회 결승 진출 등을 통해 다시금 안정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반기 팀 상승세의 중심에 있었던 신영록 선수의 부상과 서동현 선수의 컨디션 난조로 인한 공격력 저하 문제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 여전히 제기되지 못한 상황이며, 수비 밸런스 붕괴에 대한 대책으로 단행한 쓰리백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까다로운 잔여 일정을 소화하는 데에 있어서도 효과를 발휘할 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입니다.

수원의 리그 잔여 일정 역시 어느 경기 하나 쉬어가기 힘들 정도로 빠듯합니다. 특히 22일(수)에 열리는 전남과의 컵대회 결승전으로 인해 주중 경기를 한 경기 더 치룬 뒤, 까다로운 포항 원정, 그리고 이어지는 서울과의 주중 홈경기에 나서야 하는 일정이 수원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나머지 두 경기 역시 6강 플레이오프 진출팀인 전남과 인천이라는 점에서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수원에게는 포항과 서울로 이어지는 앞선 두 경기에서 과연 얼마만큼의 승점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입니다. 또한 플레이오프에서 맞대결이 예상되는 두 팀과의 경기인 만큼 정규 시즌 순위 경쟁 문제 뿐만이 아니라 플레이오프에서의 선전을 위해서도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3) FC 서울

최근 리그 5경기 : 3승 2무 (15경기 연속 무패)
22R 경기 결과 : 승 (대전, 1:0)
잔여 일정 : 성남(H), 수원(A), 부산(A), 포항(A)

2008 K리그 전반기의 주인공이 수원이었다면, 후반기의 주인공 자리에는 FC 서울이 가장 가깝게 위치한 듯 싶습니다. 결코 지지 않을 것만 같은 상승세로 무패 우승까지 거론되었던 1위 성남과 2위 수원이 어느덧 각각 3패와 5패씩을 거두고 있는 와중에, 전반기 까지 선두권과 승점 10점 내외의 차이를 보이며 선두 경쟁에서 한발 물러서 있었던 FC 서울이 22경기 동안 단 1패만을 거두는 효율적인 승점 관리를 통해 유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로 부상하였습니다. 하지만 15경기 연속 무패라는 표면적인 상승세 이면에는 주축 선수들 대부분이 부상으로 인해 전력에서 이탈했다는 난제가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 귀네슈 감독의 고민거리 입니다.

사실상 2008 K리그의 정규 시즌 우승팀의 향방은 FC 서울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는 예상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FC 서울은 상당히 흥미로운 매치업들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성남과의 홈경기에 이어지는 수원 원정 경기는 선두권 3 팀간의 연이은 맞대결이라는 측면에서 결국 두 경기의 결과에 따라 올 정규 시즌의 주인공이 가려질 공산이 큽니다.

서울은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모 아니면 도가 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성남, 수원과의 2연전에서 최대한의 승점 확보에 성공할 경우, 단숨에 우승권에 가장 가까워 질 수 있겠지만, 2경기에서 승점 확보에 실패할 경우, 잔여 일정 측면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울산에 대한 우위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예상됩니다. 리저브 출신의 어린 선수들의 활약에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만, 중요한 시점에서의 경험 부족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게 느껴집니다.

4) 울산 현대

최근 리그 5경기 : 4승 1패
22R 경기 결과 : 승 (인천, 3:0)
잔여 일정 : 대전(H), 광주(A), 경남(A), 부산(H)

언론과 대중의 관심이 상위 세팀 간의 선두 다툼과 6강 플레이오프를 향한 중위권 팀간의 진흙탕 싸움에 집중된 와중에 소리없이 차곡 차곡 승점을 쌓아 선두권의 턱 밑까지 추격에 성공한 울산입니다. 후반기들어 가장 돋보이는 성적을 거두고 있는 팀이 서울이기는 하지만, 막상 올림픽 휴식기 이후의 7경기를 통해 얻은 승점을 고려할 때, 울산은 지난 21R 전남에게 당한 1패를 제외하고 모두 승리를 거두며 승점 18점을 획득, 같은 기간 17점의 승점을 얻은 서울을 제치고 사실상 후반기 가장 실속을 챙긴 팀이었습니다.

더군다나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해주어야 할 염기훈 선수가 복귀하여 이미 골 맛까지 본 상태이며, 양동현, 박병규 등의 주축 선수들도 부상에서 복귀하고 있는 상황이라 울산의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게다가 잔여 일정 측면에서도 울산에게 남은 4경기 중 3경기가 대전, 광주, 부산의 이미 플레이오프 진출 희망이 사라진 팀들과의 대결을 앞두고 있다는 측면에서 리그 14팀 통털어서 가장 부담이 적은 일정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비록 서울과의 승점차가 5점차, 성남, 수원과의 승점차가 7점차이기 때문에, 남은 4경기 동안 역전의 가능성이 큰 것은 아니지만, 상위권 3팀이 서로간의 맞대결로 물고 물리게 될 것을 감안할 때, 시즌 막바지 상위권 순위에 큰 변동이 생긴다면 아마 그 주인공은 바로 울산이 되지 않을까 점쳐 봅니다.

5) 포항 스틸러스

최근 리그 5경기 : 4승 1무 (6경기 연속 무패)
22R 경기 결과 : 승 (경남, 4:3)
잔여 일정 : 수원(H), 대전(A), 제주(A), 서울(H)

지난 시즌 5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여 우승컵까지 거머쥔 포항은 공교롭게도 올 시즌 역시 22라운드 현재 리그 순위 5위에 올라 있습니다. 단, 마지막 라운드에서야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었던 지난 시즌에 비해 다소 여유로운 입장이라는 점이 지난 시즌과의 차이점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데닐손의 부상으로 당분간 기용 가능한 외국인 선수 자원이 스테보 한명이라는 점이 아쉬움이 될 수는 있겠으나, 지난 시즌 우승 당시의 미들라인이 건재하고, 장현규 김형일 선수의 가세로 더욱 탄탄해진 수비라인에,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돌풍의 주인공이었던 따바레즈-이광재 선수의 공백을 황진성-노병준 선수가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메워주고 있다는 사실에, 올 가을 역시 주목해 볼만한 포항 입니다.

남은 일정과 현재 승점 상황을 고려했을 때, 포항은 5위 그대로 시즌을 마감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만, 남겨진 2번의 홈경기가 치열한 선두 경쟁의 주인공인 수원과 서울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올 시즌 리그 선두 다툼의 열쇠는 의외로 포항이 갖게 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울산과의 승점차가 3점 밖에 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울산과 위치를 바꾸게 되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겠으나, 일정 상 남은 4경기에서 울산 보다 3점 이상의 승점을 챙기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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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야드에 다시 찾아온 가을

Posted by megaup On September - 28 - 2008 ADD COMMENTS

2008 K리그 20라운드 <포항:성남>
2008년 9월 27일 19:00, 포항 스틸야드

0. 입장

최근 몇 시즌간 포항은 시즌 초반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예상을 보기 좋게 뒤집으며 좋은 결과를 거둬왔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는 유독 가을이 시작되며 찾아오는 포항의 무서운 상승세가 결정적인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가을은 찾아왔고, 모처럼 스틸야드를 가득 매운 관중들의 두터워진 외투가 어색하지 않게 느껴지는 2008 시즌 가을의 스틸야드를 찾은 첫 손님은 리그 1위 성남이었습니다. 성남과의 경기는 언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멋진 경기 내용을 보여주었고, 이와 더불어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 2경기를 포함하여, 3시즌 째 성남에게는 홈, 원정 가릴 것 없이 패전 없는 극강의 결과를 보여줬기 때문에, 내용과 결과 양쪽 모두에 적지 않은 기대를 품고 스틸야드에 들어섰습니다.

2008 K리그 20라운드 포항:성남

1. 선발 라인업 – 주목할 만한 변화

포항은 경고 누적으로 결장한 스테보 선수 대신 남궁도 선수가 선발 출장할 것이라는 애초의 예상과는 달리, 항상 성남과의 경기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보였었던 황진성 선수를 데닐손 선수의 파트너로 전진 배치하고, 김재성 선수가 미들진의 꼭지점에 위치합니다. 박원재, 김기동, 황지수, 최효진의 미들진이 건재한 가운데, 수비라인에 반가운 얼굴이 눈에 띄었습니다. 바로 조성환 선수의 복귀였는데요, 최근들어 물이 오른 공격 조직력에 비해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었던 포항의 수비 조직력 측면에서 가장 기다렸던 소식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이전 경기들에 비해 가장 주목할 만한 선발 라인업 상의 변화라면 황진성 선수와 김재성 선수를 동시에 기용하며, 최전방의 데닐손 선수와 더불어 상당히 폭넓은 움직임을 보이는 미들 지향적인 공격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는 점 입니다. 이는 최근 성남이 갖고 있는, 부상 및 컨디션 난조 등으로 인한 선수 공백과, 경기 후반 체력적인 문제점을 여실히 보이고 있는 노쇠화된 수비 등의 문제를 고려했을 때, 역시 경기 초반 페널티 에어리어 안 쪽에서의 힘 대결 보다는 중원에서의 공간 싸움에서 우위를 가져가는 것에 초점을 맞춘 변화라 볼 수 있겠습니다.

2008 K리그 20라운드 포항:성남

2. 전반 – 난타전

역시 전반은 포항과 성남의 경기가 언제나 그렇듯, 공격의 날을 바짝 세운 양팀의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빠른 공격전개가 이어집니다. 최근 경기들에서 경기 극초반의 흐름을 가져오는 데에 성공하며 좋은 경기 결과를 얻어오던 포항은 이번 경기에서도 최전방 부터의 타이트한 압박을 통해 성남의 숨통을 조여갑니다. 특히 전반전 양팀 선수 모두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쳐 보였던 황진성 선수는 비록 포메이션 상 최전방에 위치했지만 주로 공격 2선에서 프리롤 처럼 움직이며 본인의 장점인 키핑력과 연계 플레이에 기반한 경기 조율로 경기의 분위기를 포항 쪽으로 이끌어 오는 데에 일조합니다. 전반적으로 포항의 볼 점유율이 높아진 가운데, 성남은 최전방의 이동국 선수를 타겟으로 하는 역습에 치중하여 경기를 진행합니다. 특히 경기 내내 그 어떤 크로스 못지 않게 위력적으로 느껴졌던 것이 정성룡 선수의 깊숙히 이어지는 골킥이었는데, 골키퍼 정성룡에서 최전방 이동국으로 직접 이어지는 이 낯익은 조합이 스틸야드에서 포항의 골문을 향하고 있다는 점에 익숙해지는 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듯 합니다.

경기 초반 완전히 흐름을 가져오는 데에 성공한 포항이었지만, 연이은 공격 시도가 번번히 성남의 조밀한 수비라인을 뚫지 못하며, 전반 중반까지 양팀 모두 제대로 된 슈팅 기록 한번 없는 중원에서의 난타전이 펼쳐집니다. 오히려 경기의 흐름을 내 주고 역습에 의존하던 성남이 페널티 아크 왼쪽에서 최성국 선수가 시도한 감각적인 감아차기 슈팅이 김지혁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며 먼저 결정적인 기회를 맞습니다. 이후, 포항도 질세라 최전방의 데닐손 선수와 황진성 선수가 좌우 측면으로 이동하며 생긴 중앙의 공간으로 김재성 선수가 쇄도하며 데닐손 선수의 크로스를 완벽한 헤딩슛으로 연결하지만, 간발의 차이로 골문을 벗어나는 불운이 따릅니다.

비록 경기 내용에 비해 양팀 모두 적은 슈팅 기록을 보였지만, 중원에서 이어지는 쉴 틈 없이 빠른 공수 전환과 타이트한 압박은 흡사 농구 경기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기에, 전반전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어느새 종반으로 접어들고 있었습니다. 전반 막판에는 양팀 모두 결정적인 프리킥 찬스를 맞는데, 두두와 황진성으로 이어지는 양팀의 날카로운 프리킥이 각각 골대 윗그물과 옆그물에 맞으며 위협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전반 종료 직전, 최근 포항 상승세의 원동력이라 볼 수 있는 황진성 선수의 물오른 감각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 펼쳐집니다. 성남의 수비라인이 모두 들어와 있는 상황에서 좌측 측면에 위치한 황진성 선수는 성남의 수비라인과 골키퍼 사이의 빈 공간 중앙에 정확히 떨어지는 절묘한 로빙 패스를 옵사이드 트랩을 뚫고 쇄도하는 데닐손 선수에게 절묘한 타이밍으로 연결합니다. 비록 데닐손 선수의 터치가 정성룡 골키퍼의 품안에 들어가 득점에 실패하기는 했지만, 거의 득점과 다름없는 완벽한 공격 전개 장면을 선보였습니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경기 흐름 속에서 비록 득점에는 실패했던 포항이었지만, 전반전에 포항이 얻은 소득은, 성남의 역습 시도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수비 조직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는 역시 4개월만에 복귀한 조성환 선수의 가세와 최근 좋은 컨디션을 보이며 수차례 결정적인 상대 공격 차단에 성공한 장현규 선수의 활약이 뒷받침이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상대팀 성남의 최전방 이동국 선수가 아직 정상 컨디션이 아니고, 공격의 핵인 모따 선수 선발 출장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야겠지만, 최근 경기들을 통해 적지 않게 눈에 띄었던 수비 라인의 위치 선정 미스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은 주목해야 할 점이라 생각됩니다.

3. 하프타임 – 스테보 등장(?)

리그 후반기 들어 대대적인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포항의 프런트가 이번 경기에 내건 키워드는 바로 ‘여성’ 이었습니다. 이번 경기에서는 여성의 경우 무료 입장이 가능했는데요, 구단측의 설명으로는 하프타임 이벤트 역시도 이 연장선상에서 여성들을 위해 준비되었다고 하는데, 바로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생소한, 축구장에서의 란제리 패션쇼가 펼쳐졌습니다. 결과는 구단 측의 의도와는 다르게 여성들 보다는 남자 중의 남자라는 스틸야드 2층의 해병대 들을 위한 이벤트가 되어 버렸지만 말입니다.

쇼가 시작되고, 외투를 걸쳐도 한기가 느껴지는 추위속에서 매우 필수적인 속옷만을 걸친 쭉쭉빵빵 모델들이 등장하는 가운데, 상당히 낯익은 외국인 남성 모델 한명이 포항의 유니폼을 입은 채로 함께 등장하는데요, 모두의 궁금증을 자아내던 그 모델은 바로 이번 경기 경고 누적으로 출장하지 못하는 포항의 외국인 공격수 스테보 선수였습니다. 모델들과 함께 런웨이(?)에 선 스테보 선수는 멋진 포즈와 함께, 란제리 패션쇼란 컨셉에 맞게 유니폼 상의를 탈의하는 멋진 팬 서비스를 선 보이며 관중들의 박수 갈채를 받습니다. 경기 중에 일어난 상황이었다면 옐로카드 감인데 말이죠.

최근 들어, 올 시즌 새로운 구단 사장님 부임의 영향 때문인지, 구단 차원에서의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적극적인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그 노력이 관중들에게 축구 경기 그 이상의 볼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기는 합니다만, 이왕 노력할 것이라면, 일회적인 이벤트 보다는 좀 더 긴 호흡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스틸야드만의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시도가 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일례로, 얼마전 한번 진행되었던 적이 있었던 일반 관중들의 서포팅 곡 따라부르기 이벤트와 같이 좀 더 경기 자체와 어울어질 수 있는 이벤트가 잦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008 K리그 20라운드 포항:성남

4. 후반 초반 – 불운

양팀 모두 선수 교체 없이 맞은 후반전이 시작하자 마자 성남에게는 행운이 포항에게는 불운이 따르는 실점 상황이 발생합니다. 장학영 선수의 크로스는 이동국 선수가 가슴 트래핑을 거쳐 2선의 김정우 선수에게 연결되었고, 김정우 선수의 중거리 슛은 이동국 선수와의 경합 과정에서 넘어져있던 포항의 황재원 선수의 다리에 맞고 굴절되며, 포항의 골문으로 빨려들어갑니다. 김정우 선수의 슈팅이 완벽한 자세에서의 슈팅이 아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굴절 상황이 없었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실점 상황이었습니다. 실점 상황 이후 후반 초반의 흐름은 급격히 성남 쪽으로 기울기 시작합니다.

개인적으로 K리그에서 가장 매력적인 축구를 하는 팀을 꼽으라면 제가 지지하는 포항과 함께 주저하지 않고 성남을 꼽습니다. 두 팀 모두, 주로 경기의 흐름을 지배하는 경기 운영을 보이는데, 이 과정에서 한 두 선수의 개인 기량에 의존하기 보다는, 최전방 공격진부터 최후방 수비라인까지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연계 플레이의 비중 및 완성도가 상당히 높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번 경기에서도 후반 초반 선제골 득점 이후, 성남이 보여준 연이은 공격 전개 모습은, 선수들의 컨디션이 그다지 좋지 못한 상황에서도 여전한 이 팀의 클래스를 보여줬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불운했던 선제골 실점과 이어지는 상대팀의 분위기 속에서 파리아스 감독은 경기의 흐름을 반전시킬 카드로 김기동 선수 대신 노병준 선수를 투입시키는 결단을 내립니다. 이로써 노병준 선수가 최전방에 위치하고, 미들진에서 다양한 포지션의 소화가 가능한 김재성 선수가 후방으로 내려와 김기동 선수의 위치에 자리하고, 황진성 선수가 본인의 원위치로 돌아오는, 상당히 공격적인 라인업으로 동점골을 노리기 시작합니다.

5. 후반 중반 – 동점골 작렬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 오스트리아 리그에서 K리그로 복귀하여 포항에 입단한 노병준 선수의 포항에서의 성공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상당히 기민하고 기술이 좋은 선수임은 분명하지만, 결정적인 피지컬 상의 단점을 고려했을 때, 포항이라는 팀에서의 그의 포지셔닝이 애매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유사한 스타일의 선수라고 볼 수 있었던 최태욱 선수가 그닥 중용 받지 못한 전례도 작용되었을 것이고, 그와 같은 스타일의 공격수들에게 기대할 수 있는 역할이 현재 포항에서는 좌우 윙백 라인에게 맡겨져 있다는 사실이 결정적인 이유가 되겠지요.

이번 경기에서도 노병준 선수의 투입이 과연 옳은 결정이 될까라는 의문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전반전에 유리한 흐름 속에서도 결정을 짓지 못한 것은, 지나치게 폭넓은 움직임을 보이는 미들 지향적인 선발 라인업의 특성 상, 중앙에서 결정 지어줄 수 있는 집중력이 흐트러졌기 때문이라 판단했고, 또한 후반 중후반들어서 성남의 포백라인이 체력상의 문제를 드러낼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남궁도 선수를 투입하여 본격적인 힘 싸움을 시작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저의 이런 짧은 식견을 비웃기라도 하듯, 노병준 선수는 교체 투입 후 내내, 더욱 더 활발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성남의 수비라인을 흔들기 시작하며, 경기의 흐름을 다시 포항에게로 돌려 놓는 데에 성공합니다. 특히, 중앙의 황진성을 거쳐 좌측의 노마크 상태의 박원재의 아쉬운 슈팅까지 이어졌던 포항의 결정적인 기회에서 노병준 선수는 상대의 압박 속에서도 좋은 볼 키핑력과 시야를 자랑하며 공격 전개의 시발점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경기 내내 물오른 경기력을 선보이며 포항의 공격을 이끌었던 황진성 선수 대신 기다렸던 남궁도 선수가 투입되며 포항은 다시 찾아온 경기의 흐름을 결정지을 준비를 합니다. 그리고 노병준, 남궁도, 이 두 선수의 교체를 통해 결국 포항은 결실을 맺게 됩니다. 좌측에서 박원재 선수가 대각선 방향으로 골문을 향해 길게 올린 크로스를 중앙의 노병준 선수가 상대 수비의 별다른 제지 없이 쉽게 헤딩슛으로 연결하는 장면이었는데요. 이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오직 관중석에서만 그 모든 것을 지켜볼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되었다는 점입니다. 박원재 선수가 좌측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리기 직전 노병준 선수의 위치는 반대쪽인 우측 측면 쪽으로 치우쳐져 있었고, 성남 수비진의 시선은 중앙에 위치한 남궁도 선수에게 집중되고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이 상황에서 노병준 선수가 골문 앞쪽의 수비 뒷공간을 향해 대각선 방향으로 쇄도를 시작하고, 그에 맞춘 박원재 선수의 대각선 방향 크로스가 절묘하게 수비 뒷공간에 떨어지며, 성남의 수비진을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상황이었습니다. 관중석에서 지켜보기에, 박원재 선수의 크로스 궤적과 노병준 선수의 쇄도가 마치 경기장을 큰 V 자 형태로 가르며, 그 꼭지점 위치에서 슈팅이 이루어지는 상당히 멋진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당시 경기장에서 골 장면을 지켜보면서도, 이 장면이 과연 중계를 통해서는 어떻게 전달되었을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었는데요, 돌아와서 녹화 중계를 지켜본 바로는 역시나 카메라 앵글의 한계로 그 상황의 1/10도 채 전달되지 않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중계 상의 장면만을 보자면, 그저 박원재 선수의 크로스가 중앙에 위치한 노병준 선수에게 정확히 전달되고, 노병준 선수의 헤딩이 바운드되며 성남의 골문으로 들어가는 단편적인 상황들만이 전달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역시 관중석에서 지켜보는 축구와 TV 를 통해 지켜보는 축구는 살짝 과장을 보태어서 전혀 다른 종목이라는 제 개인적인 지론이 다시 한번 입증되는 순간이었습니다.

6. 경기 종반 – Again 2006

개인적으로 포항의 경기력이 가장 인상적이었던 시기를 고르자면, 누구나 인정하는 파죽지세로 우승까지 차지하였던 지난 시즌 막바지의 행보에 앞서, 2006시즌 후기 리그 스틸야드에서 펼쳐졌던 경기들을 최고로 꼽고 싶습니다. 그 당시 경기들이 특히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후기리그 홈경기 전승이라는 더할 나위없이 좋은 결과도 있었겠지만, 그 중 상당수가 역전승이었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정확히 2년전 이맘때죠, 2006년 9월 23일 스틸야드에서 펼쳐졌던 성남과의 2006 시즌 후기리그 6라운드 경기가 있었습니다.  당시 모따의 선취골로 전반을 0:1로 뒤진채 후반전을 맞은 포항은 황재원과 고기구의 연속골로 역전에 성공하고, 후반 종료 직전 터진 고기구의 결승골에 힘입어 네아가의 추가골로 한 골을 만회한 성남을 3:2 펠레 스코어로 꺾는 대 역전의 드라마로 16,000여 홈 관중을 열광시켰습니다. 특히 당시 2득점의 고기구 선수와 2도움의 황진성 선수의 활약이 인상적이었던 경기였습니다.

선제골을 내준 상황에서도 좀처럼 홈에서는 질 것 같지 않았던 당시의 포항에 비해, 최근의 포항은 경기력이 상당히 올라와 있는 시기라 해도, 선제골 실점 후에 좀 처럼 경기를 뒤집을 만한 힘을 꽤 오랜 기간 발휘하지 못해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이번 경기에서도 성남에게 선제골을 내준 후, 역전에 대한 희망보다는 이제 성남한테도 한번 쯤은 질 때가 되었다는 자기 위안과 체념이 앞섰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동점골 득점 이후, 경기의 양상은 필드 위의 선수들의 투지에서나 스틸야드를 가득 매운 관중들의 열기에서나  마치 2년전 그 날의 분위기와 빼다 박은 듯이 닮아 있었고, 저 역시도 한동안 잊고 살았던 역전 골에 대한 기대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동점골 득점 직후, 파리아스 감독은 데닐손 선수를 빼고 신형민 선수를 투입하며, 라인업을 정상화 시킵니다. 김재성 선수가 다시 전진 배치되고, ‘포스트 김기동’ 신형민 선수가 김기동 선수의 자리에 위치하고, 남궁도 선수와 노병준 선수가 최전방에 위치하게 됩니다. 다시금 두터워진 미들진을 통해 중원 장악에 성공한 포항은 동점골 이후 경기 종반의 흐름을 완연히 가져오는 데에 성공하고, 동점골의 열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믿을 수 없는 역전의 드라마가 펼쳐집니다. 경기 내내 성남의 우측 풀백 박진섭 선수와의 경합에서 완승을 거두며 도움까지 기록한 좌측의 박원재 선수에 비해, 포항의 우측 윙백 최효진 선수는 성남의 좌측 풀백 장학영 선수와 경기 내내 끊임없이 팽팽한 경합을 벌입니다. 그리고 경기가 점차 종반으로 치닫고 있던 83분, 교체 투입된 신형민 선수에게 우측 측면에서 공을 연결 받은 최효진 선수는 자신의 돌파를 의식하여 자신에게 집중되는 성남 수비진의 뒷 공간에 위치한 신형민 선수에게 절묘한 패스를 연결합니다. 움직일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확보한 신형민 선수는 패널티 박스 중앙으로 공을 치고 들어가서 성남 수비진들 사이로 과감한 왼발 슈팅을 날리고, 볼은 정성룡 골키퍼를 맞고, 다시금 성남의 골문을 흔듭니다.

2008 K리그 20라운드 포항:성남

7. 경기 종료

파리아스 감독의 진가는, 뛰어난 임기응변보다는 팀 조직력을 만들어 나가는 능력에 있다는 것이 평소의 견해였습니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교체 출장할 때 마다 골을 기록하며 소위 ‘파리아스 매직’의 선봉에 섰던 이광재 선수의 경우도, 개인적으로는 파리아스 감독의 임기응변의 결과라기 보다는 이광재 선수의 매직에 가깝다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번 경기에서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은 각각 파리아스 감독이 교체 투입한 노병준 선수와 신형민 선수가 된 것을 보면, 과연 파리아스 감독의 ‘가을 매직’ 이 이번 시즌에도 유효할 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가을의 문턱에서 포항은 리그 1위 성남을 상대로 홈 경기에서 귀중한 3점을 추가하며,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한 발짝 더 다가섭니다. 6위 인천과 7위 경남이 각각 승점 3점 획득에 실패하며, 포항은 6위권과의 승점 차를 5점 차이로 벌이는 동시에, 한 경기를 덜 치룬 울산에 1점차로 근접하며, 상위권 도약의 발판 역시 마련합니다. 이제 이번 시즌 정규리그 6경기를 남겨둔 포항은 4번의 원정 경기와 2번의 홈 경기가 예정된, 원정 경기가 많다는 일정상의 불리함을 안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 시즌 디펜딩 챔피언의 자격으로 리그 컵 대회에 직행하며, 주중 경기를 갖는 다른 팀들에 비해 체력적으로 우위에 있었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당장 다음주 주중부터 시작되는 컵대회 플레이오프 일정 역시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리그 후반 김기동, 조성환 등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복귀와 한층 공고해진 조직력을 통해, 이번 시즌 스틸야드에 다시 찾아온 이 가을 역시, 지난 시즌 못지 않게 멋지게 기억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2008 K리그 20라운드 포항:성남

2008 K리그 20라운드 포항:성남

2008 K리그 20라운드 포항:성남

8. K리그 입문의 교과서 – 클래식 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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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축구계의 치열하기로 손꼽히는 더비 매치들에는 유독 ‘classic’ 이라는 수식어가 눈에 띕니다. 스페인 라리가의 그 유명한 레알과 바르샤의 엘 클라시코, 남미 최고의 더비라는 보카와 리버플레이트의 수페르 클라시코 등이 있겠죠. 비록 유럽과 남미의 리그들과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겠지만 올해로 벌써 25년째를 맏는 K리그에서도 ‘classic’ 이라는 수식어를 붙일만한 매치업을 고른다면, 7회 우승으로 리그 최다 우승팀인 성남일화와 4회 우승으로 그 뒤를 잇는 포항 스틸러스라는 전통의 명문팀들 간의 경기를 빼 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K리그 역사상 최고의 명승부로 손꼽히는 95년 두 팀간의 챔피언 결정전을 필두로, 여전히 회자되는 두 팀이 만들어낸 과거의 주옥같은 명승부들의 추억들 역시 필히 짚고 넘어가야 할 점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 두 팀간의 경기를 주목해야 하는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이들이 만들어낸 명경기의 기억들이 과거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사실 때문입니다. 자타공인 리그 최고의 명장 김학범 감독과 파리아스 감독이 선보이는 탄탄한 조직력 중심의 전술 운용은 기술이 뛰어난 양 팀 선수들과의 조화를 통해, 매번 매력적인 경기를 펼쳐왔으며,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지켜본 두 팀간의 경기는 단 한번도 기대를 져버린 적이 없었습니다. 그 누구나 주장하지만 그 누구도 뚜렷하게 정의 내리지 못하는 ‘공격 축구’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힌트를 K리그에서 찾는다면, 아마 이 두 팀간의 경기가 이에 가장 근접하지 않았을까요. 행여나 아직까지도 오랜 기간 반복되어온 축구 행정 상의 과오들과 악의적인 언론의 농간으로 인해 K리그는 무작정 재미 없다라는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고 계시다면, 두 말 필요없이, 진정한 K리그의 재미를 발견할 수 있는 입문서이자, 클래식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포항과 성남의 경기를 놓치지 마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포항 vs 성남 시즌 잔여 경기 일정

경기구분

날짜

시간

원정

경기장

리그컵 6강 PO

2008.10.01 (수)

19:30

성남

포항

성남 탄천종합운동장

2군리그

2008.10.02 (목)

14:00

성남

포항

성남 탄천종합운동장

FA컵 8강전

2008.11.05 (수)

19:30

포항

성남

포항 스틸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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